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지 4년 만에 마지못해 지분을 내놓을 처지다. 지난 2013년 동부그룹과 함께 인수에 참여해 45.8%의 지분을 쥐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드래그얼롱, 지분매각 시 대주주 지분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동반매도청구권이 행사되면 동부그룹의 의지와 상관없이 54.2%의 지분과 경영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의 주요 FI인 KTB프라이빗에쿼티·SBI인베스트먼트 등은 NH투자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상세 기업현황이 담긴 IM(Information Memorandom) 발송도 곧 진행한다. 올해 초부터 FI의 지분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며 동부그룹은 중국 가전업체인 오크마 등을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여 FI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자금유치가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그룹과 FI의 불협화음은 동부대우전자 인수 당시부터 예고됐다. 인수가격 2,700억원 가운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와 전자계열사 등의 자금을 빌려 1,400억원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1,300억원은 FI를 통해 조달했다. FI와 동부는 2015년 이후 동부대우전자의 순자산이 1,800억원 수준으로 회복하고 2018년 기업공개(IPO) 수순을 밟아 투자 회수를 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행되지 않을 경우 동반매도 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김 회장은 올해까지 매출 5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난해 동부대우전자 순자산 총계는 1,63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실적은 인수 이후 도리어 악화돼 지난 2014년 29억원의 순손실이 지난해는 227억원으로 늘어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FI는 실적 회복이 보이지 않는 형편에 IPO 등을 통한 투자 회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재무약정을 맺은 FI들은 정해진 약정대로 투자 회수를 시작했을 뿐이지만 김 회장은 ‘종합전자회사’의 오랜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FI들은 정해진 일정대로 매각작업을 추진하되 동부그룹이 새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동반매도청구권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작업을 시작했지만 지분매각이 하루아침에 성사되는 게 아닌 이상 동부그룹의 투자자 유치와 리파이낸스 방안 등에 따라 매각작업은 취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