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알베르틴’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예술적 재능의 본질은 직관적 파악 능력이다.”독일 미학자 콘라드 피들러(1841~1895)의 이 말처럼 예술가의 직관은 발상부터 작품 완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술가는 직관적 시선으로 대상의 근본을 파악해 그 안의 미와 균형을 끌어내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역시 논리에 앞서 직관이 발동한다.
삼청로 학고재갤러리가 기획한 청년작가 6인전 ‘직관 2017’이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작가 이혜인의 ‘알베르틴’ 연작은 24시간 동안 빛 속에서 변화하는 장미 나무의 모습을 8개의 캔버스에 그린 작품이다. 알베르틴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화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 8개의 캔버스를 함께 볼 때 비로소 작가가 의도한 문맥이 읽힌다.
다양한 곳을 답사한 뒤 그곳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업하는 장재민은 국도 여행 중 공원묘지를 조성 중인 야산을 보고 500호 크기의 대작 ‘야산 불꽃’을 제작했다. 적막한 풍경 앞에서 느끼는 생경함이 큼직한 붓질에서 새로움으로 다가선다.
이은우 ‘빨간 책장’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일상적 사물과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변형하거나 결합하는 작가 이은우는 정통 미술사부터 을지로 공사현장까지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그가 선보인 ‘빨간 책장’은 가로줄 무늬의 시공용 시트지 패턴을 책장 형태로 변환한 것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느냐’ 보다는 표준 규격, 가공방법, 예산 같은 추상적인 조건들이다.미국의 레이크조셉 호수에서 배를 타고 본 풍경을 소재로 한 김미영은 배의 속도에 따라 흔들리는 시선의 초점을 회화로 표현해 신비로운 장면을 그려냈다. 디지털 매체로 ‘그리는’ 김정태는 3D 게임 엔진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상의 3차원 세계를 구성했고, ‘주역’의 괘를 조형적으로 분석한 송윤주의 추상화에는 세상 이치가 담겼다. 작가마다 작업과정은 제각각이지만 확고한 주관을 가졌다는 게 공통적으로 감지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직관 2017’ 전시 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