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단어를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라 조금씩 정의는 다르지만 ‘사업의 핵심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구조화해 보여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스타트업의 시작은 보통 목표 고객이 가진 니즈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을 때부터다. 이러한 솔루션은 기술 혁신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비즈니스 모델은 한번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더 많은 효용을 주는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생각하고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모델은 고객에게 더 나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들 수 있지만 이미 다양한 업종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가 많으니 벤치마킹해 적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을 자사에 적용했을 때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가령 자사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아 수요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떨까. 오래전 이야기지만 여전히 흥미 있는 제록스 복사기의 사례다. 제록스는 지난 1959년 제록스914를 출시했다. 기존의 복사기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특수지로만 복사가 가능했으며 품질이 좋지 않았다. 제록스914는 획기적 품질의 건식 자동복사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 높은 판매가격을 설정한 것이다. 비싸도 너무 비싼 복사기.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고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기존의 복사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제록스는 여기서 결정적 한 수를 둔다. 복사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복사를 파는 방식으로. 기본료와 초과 복사비의 형태로 가격을 책정했다(2,000장까지 월 95달러, 초과시 장당 4센트). 이에 고객들은 열광했다. 대성공이었다. 창업자 조 윌슨은 “대여 전략으로의 전환은 기술 다음으로 회사에 성공을 안겨준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잘 제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중부 유럽에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힐티는 건설공구를 만드는 제조 회사였다. 드릴링·데몰리션·스크루·앵커 등의 장비를 만들어 판매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한 제조 회사가 아니다. 건설에 필요한 모든 공구를 대여·관리해주는 솔루션 회사가 됐다. 그동안 건설회사들은 장비 구입에 대한 부담, 장비 보관의 불편함, 분실 및 고장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는데 힐티가 이런 불편함을 한 방에 날려준 것이다. 공구를 판매하는 제조 회사가 아니라 건설장비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이 된 것이다.
여러분의 제품도 제록스나 힐티 모델의 적용이 가능할까. 성공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사례는 인터넷 검색이나 시중의 도서로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함께 일어난다면 더욱 견고한 사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