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사드 보복의 수렁에 빠졌다. 현대차는 26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인정한 셈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내 차량 판매 및 수익은 영업외이익으로 분류된다. 중국 실적 부진은 영업이익이 아닌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만 반영된다. 2·4분기 당기순이익 감소폭이 영업이익 감소폭보다 큰 이유다.
자동차는 한번 선택하면 최소 2~3년은 지속된다.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이미 현지 경쟁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대차가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이유다. 상반기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비롯해 자율주행차·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토막 순이익이 계속된다면 현대차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나 러시아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을 지키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하반기에 중국 전용 신차 등을 다수 출시해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량 내 정보기술(IT) 선호도가 높은 중국 소비자를 고려해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바이두 맵 오토를 적용하는 등 상품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오는 2020년까지 총 6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다음달 충칭 5공장을 본격 가동할 경우 B세그먼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가 투입돼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문제지만 하반기 미국 시장 전망도 잿빛이다. 미국 시장은 8년 만에 성장세가 멈추고 올 상반기 전체 판매량이 2%가량 줄었다. 현대차 역시 판매가 감소세다. 특히 상반기 미국 시장의 인센티브(보조금)가 2,8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비용 부담이 대폭 커졌다.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 시장의 수요는 상반기보다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리한 양적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는 휴가 전 마지막 임단협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현대차 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하면 신차 출고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