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미국 시장에서 출시하며 753.4달러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의 1,167.8달러보다 35%, 먼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의 946.3달러보다 20% 저렴한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 단 두 제품, 인플렉트라와 렌플렉시스만 있는 상황에서 가격할인 폭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여기다 큰손인 대형 보험사 등과 가격협상을 한다면 공급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가격 인하 효과는 15% 안팎으로 크지 않았다. 노바티스의 계열사 산도스는 지난 2015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포겐’의 복제약 ‘작시오’를 선보이며 오리지널보다 15%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작시오는 출시 4개월 만에 뉴포겐의 시장을 24% 확보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인플렉트라도 오리지널보다 15% 낮은 가격으로 작시오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세 번째인 렌플렉시스가 할인 폭을 크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렉트라 제조사 셀트리온(068270)은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며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전쟁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일례로 오는 2018년 10월 유럽 물질 특허가 만료되는 ‘휴미라(자가면역 치료제)’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론 산도스·화이자·베링거잉겔하임·바이오콘 등이 이미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유럽 내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특히 암젠은 ‘암제비타’라는 제품명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 승인을 얻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복제약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 결국은 가격이 경쟁력”이라며 “다만 바이오시밀러는 효능이 완전히 똑같지 않은 만큼 가격과 매출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한편 바이오에피스의 결정은 시장 첫 주자를 일컫는 ‘퍼스트 무버’ 효과를 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2월부터 ‘렌플렉시스(유럽명 플릭사비)’의 유럽 판매를 시작했지만 약 3년 먼저 출시한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유럽명 램시마)의 장벽에 부딪쳐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유럽에서 삼성이 처음 출시한 엔브렐(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퍼스트 무버 효과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4분기 베네팔리의 유럽 매출은 8,870만달러(약 1,000억원)로 전 분기 6,350만달러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