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연지를 뒤덮은 연은 모두 토종으로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외국산과 달리 꽃이 크고 소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저물녘이 돼서야 화양읍 유등연지(柳等蓮池)에 도착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7만㎡의 연못에서 물이라고는 손바닥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연잎과 연꽃이 온통 못을, 수면을 뒤덮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찾은 때가 저녁이라 오므린 연꽃은 씨밥과 암술·수술을 감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꽃의 속살을 보려면 내일 새벽을 기약해야 할 듯싶었다. 하긴 39도를 웃도는 더위 탓에 다시는 취재할 기운도 없었다. 낮 동안 돌아다니느라 진이 빠져버린 몸을 씻고 싶었다. 청도 날씨는 가마솥이나 다름없어, 해가 떨어졌지만 한증막 같은 열기가 지면 위로 솟아올랐다.다음날 새벽 여섯 시. 연꽃의 개화에 맞춰 유등연지를 다시 찾았다. 유등연지에 집착한 것은 7~8월이 연꽃 피는 시기라 때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등연지를 뒤덮은 연은 모두 토종으로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외국산과 달리 꽃이 크고 소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분홍색 연꽃은 꽃대 1개에 한 송이씩 피는데 꽃받침은 녹색이고 꽃대의 길이와 높이는 각각 10㎝ 정도로 윗면이 편평한데, 해 뜨기 전 못을 뒤덮은 연꽃들은 저마다 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청도의 명물이 된 유등연지의 기원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못을 조성한 사람은 이 고장이 아니라 안동에서 태어난 이육이라는 사람이다.
이육은 처가인 청도에 잠깐 들렀다가 못을 파고 연을 심어 연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못 근처에 군자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눌러앉아 버렸다. 그는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만년을 보냈다고 전한다.
연꽃의 바다가 조성된 이유야 어쨌든 시간이 지나자 꽃들은 저마다 봉오리를 열어젖혔다. 분홍의 심연에는 연두색 씨밥이 자리 잡았고 둘레에는 노란 암술과 수술들이 에워쌌는데 벌들이 그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유등연지는 청도에 살던 여인들이 한과 회한을 풀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추석 다음 날이면 근동에 사는 부인들이 친정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반나절을 걸어와 친정 식구들을 만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반보기’라는 풍습은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이어져 오던 연중행사였다고 한다.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유등연지를 떠난 발길이 옮겨간 곳은 와인터널이다.
㈜청도와인이 운영하는 이 터널은 1년 내내 습도 70%에 온도는 15~18도를 유지해 이제는 지역을 상징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와인터널은 60년 전까지 경산과 청도를 이어주는 기차가 다니는 경부선 터널이었다.하지만 단선인 까닭에 기차의 교행이 불가능했다. 터널은 한국전쟁 이후 멀지 않은 거리에 복선철로가 생기면서 쓸모가 없어져 한동안 폐터널로 방치되다 와인저장고로 이용하게 됐다.
청도는 감의 주산지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감은 씨가 없고 과즙이 풍부한데, 산출량이 워낙 많다 보니 감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을 만들게 됐다. 그중 하나가 와인이다. 제조한 와인의 숙성을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했는데 마침 근처의 폐터널이 저장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2005년부터 폐터널에 와인을 보관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6년부터 카페를 조성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와인터널은 오전9시에 문을 열어 손님을 맞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무더위에 등이 땀으로 젖었다. 마침내 터널이 개방돼 안으로 들어가자 굴속 깊은 곳에서 찬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청도와인이 운영하는 이 터널은 1년 내내 습도 70%에 온도는 15~18도를 유지해 이제는 지역을 상징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총연장 1.01km, 높이 5.3m, 폭 4.5m의 터널로 내부에는 15만병 넘는 와인을 저장하고 있다. 개방시간은 오전9시30분부터 오후8시까지이며 주말에는 오전9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054)371-1904 (http://gamwine.com) 청도군 송금리
/글·사진(청도)=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