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호재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의 새 주인이 됐다. 지난해 5월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자기 몸집의 2배 가까운 중견 증권사를 또다시 인수했다. 선박 실린더 회사인 케이프의 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아 LIG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던 임태순(사진) 대표는 그 사이 케이프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로 명함을 바꿔 SK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을 만난 임 대표는 전날 SK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으로 유사한 기업문화를 꼽았다. 범 LG가에서 출발한 케이프투자증권의 전신인 LIG의 기업 문화는 인화(人和)이고 SK는 ‘행복’을 기업 DNA로 삼고 있다. 임 대표는 “두 증권사의 기업문화와 DNA가 유사하다”며 “유기적인 결합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는 2파전으로 좁혀진 SK증권 인수전에서 큐캐피탈파트너스에 비해 가격을 낮게 제시했어도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임 대표는 이번 인수전에서 ‘시간’과 ‘여유’를 강조했다. 인수합병(M&A)시장에 단련된 임 대표 입장에서 조속한 합병이나 인위적인 구조조정 등을 예고할 법도 했지만 그의 M&A 철학인 ‘사람 우선’은 이번 SK증권에도 적용됐다. LIG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때도 사모투자펀드(PEF)의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봤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10년 이상 사장을 하겠다”고 직원들을 안심시켰고 구조조정 대신 인턴 직원을 정규직원으로 전환시켰다.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은 1년 전보다 직원 수가 15.6% 증가했다.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도 인수 후 1년 동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7%, 84%씩 증가했다. 증권업에서는 예외적으로 직원 대부분이 정규직인 SK증권에 대해서도 법적 고용형태를 준수할 것을 확답했다.
임 대표는 M&A 시장에서 실력파로 꼽힌다. 그가 M&A를 진행한 대표적인 기업은 KTB·팬택앤큐리텔·한국토지신탁·LIG투자증권 등이다. 20년간 기업을 인수하고 되팔면서도 구조조정을 한 적은 없었다. 임 대표는 “사람만 재배치하면 되는 문제인데 굳이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임 대표는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양사를 독립법인으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합병을 전제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선 독립법인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조 속에 중소형사들은 특화 경쟁력을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두 증권사를 합쳐 차별성 없는 증권사 하나를 늘리기보다 SK증권은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과 브로커리지에 집중하고 케이프는 에쿼티를 기반으로 한 IB사업 부문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사명도 당분간 변경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한 해 SK브랜드 사용료가 10억원가량이지만 큰 비용이 아니다”라며 “SK브랜드를 사용해 더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일 경영권 다툼을 우려해 SK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30%가량의 지분율 확대를 요구한 부분에서도 시간을 충분히 두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유상증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만큼 선제적인 준비작업은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새 증권사 두 곳을 인수하면서도 추가 인수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규모를 키우는 증권사 M&A 목표는 성공했지만 좋은 회사를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