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2위인 GS25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 큰 상생방안’을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해마다 한 해 영업이익의 35%가량을 가맹점주에게 직접 지원한다는 파격적 방안이 편의점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놓을 수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점주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GS25와 비슷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1위인 CU조차 쉽지 않다. GS25의 상생방안이 업체 간 치킨게임으로 이어져 일부 편의점 본사는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27일 편의점 업계는 지난 26일 GS25의 상생방안 발표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발표 당일 바로 가맹점주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상생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027410)도 GS25와 맞먹는 혜택을 마련하는 방안을 점주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미니스톱은 우선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GS25를 제외한 편의점 업계가 분주한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GS25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GS25가 발표한 상생방안은 5년간 9,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맹점주에게 임금 인상에 따라 직접 지원하는 금액은 3,750억원가량이다. 한마디로 5년간 해마다 750억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3,7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인프라 투자금액으로 기존에도 진행했던 것이라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임금손실 보전을 위한 직접지원은 그야말로 본사의 살을 도려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지원 적은 편의점 점주 이탈 불보듯 …여력 없는 업체 문 닫을 수도>
업체 제살깍기 경쟁 심화 땐
대형사 중심 시장개편
다른 프랜차이즈업계도 부담
사실 이 같은 결정은 GS25에도 부담이다.
지난해 GS25의 영업이익은 2,132억원이었다. 한 해 직접지원 금액 750억원은 영업이익의 35.2%에 해당하는 규모다. GS25 입장에서도 이 같은 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삭감, 연봉 동결 등 본사 임직원들의 희생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CU·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다른 편의점 업체들은 GS25보다 이익도 적어 더욱 뼈아픈 출혈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그나마 지난해 기준 1,9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업계 1위 CU 정도만 GS25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영업이익이 각각 473억원, 34억원에 불과한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도저히 이를 따라갈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원이 부족한 업체의 점주들이 내년부터 GS25 등 혜택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대형사로 연쇄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 판도가 소수 업체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익이 미미한 미니스톱의 경우 이대로 가면 기업이 쓰러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편의점 업계뿐 아니라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가맹본부별로 재정상태가 다르다. 최저임금 손실을 그나마 보전해줄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상존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손실 보전으로 다른 가맹점주들이 자사 본사에 최저임금 인상대책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은 현실화되고 있다. GS25의 이번 조치에 대해 편의점 점주들은 “본사가 점포 수를 유지하려면 당연히 취해야 했을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알바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손님이 없는 야간영업에 전기료 지원마저 하지 않는다면 점포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 또 점포 최저수입 보장액의 경우 GS25의 9,000만원 수준이 점포를 접지 않을 하한선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GS25가 내놓은 혜택은 최저임금이 올라간 상황에서 편의점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 다른 회사들도 점포 유지를 위해서는 이 정도 대책은 필수”라며 “모든 본사가 이 정도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편의점이 1만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이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업체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에서 치킨게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경환·심희정·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