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3·5·10만원 가액 변경은 시기상조"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추석 이유로 조정 부적절"



박은정(사진)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금지법’의 3·5·10만원(식사·선물·경조사비) 가액 변경 요구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법 개정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 가액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새 정부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금액 조정 시기를) 추석 전이라고 못 박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취임 한 달을 기념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탁금지법의) 금액 조정은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이 시점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 권익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액 조정 필요성을 제기해 새 정부가 법 개정 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권익위가 당분간 금액 조정은 없다며 선을 그은 셈이다.

이어 “추석이 다가온다는 이유와 특종 직종에서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가액이 조정되면 결국 공직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나타난다”며 “새 정부의 반부패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 청렴 이미지 제고에도 손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이 법에 저촉될지 우려하고 있지 않다”며 “이 법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 법임을 고려하면 시행령이든 뭐든 개정에도 신중해야 하고 그 절차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액 조정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보완책 마련에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또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국회가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며 제외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올 하반기 공직자에 한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충돌 방지란 공직자가 직무수행 시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직무를 하기 어려울 때 관련 직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고의적인 수사지연과 강압수사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검찰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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