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2007년 11월 이례적인 해명자료를 냈다. 종합부동산세가 부부합산으로 바뀐 후 첫 신고·납부 시한이 다가오면서 종부세 논란이 한참 거세질 때였다. 당시 언론이 “종부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선 현장에서 ‘조세 마찰’이 우려된다”고 보도하자 국세청은 이 ‘마찰’이라는 문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은 용어해설에서 조세 마찰은 세 부담의 불만으로 개개인과 당국이 티격태격하면서 집행상 어려움이 있는 것이고 조세 저항은 제도 자체를 부인하고 신고·납부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반대 행위를 뜻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대통령선거 정국과 맞물리면서 종부세가 정치 쟁점화하던 시기였다. 국세청은 당시 상황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종부세 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념을 달리하는 과장된 표현으로 성실 신고 납부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당시는 현직 국세청장이 사상 초유로 구속되는 등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여서 그런지 국세청의 조심스러운 입장도 같이 읽힌다.
세금을 올릴 때 과세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납세 거부 움직임이다. 어떠한 납세 거부 움직임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중 집단적인 거부 움직임을 뜻하는 조세 저항이 가장 강력한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한 보스턴 차 사건도 결국 식민지 차에 대한 과세를 거부한 조세 저항 운동이 출발이었다. 멀리 갈 것 없이 당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은 종부세 부과에 불만을 품은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들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에 종부세 완화를 추진했고 이후 부부합산 과세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론 났다.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속도전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1% 한정 과세’ ‘명예 과세’라는 이름으로 여론 작업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과세에는 예술적 터치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속도 조절의 필요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증세든 정치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은 적은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가 남긴 교훈이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