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수위를 높이며 증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 정부는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시각차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조율되지 않은 중구난방식 증세안까지 봇물처럼 쏟아져 정작 세금을 내야 할 국민과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의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소득세율 인상안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부자증세에 대한 일부 부정적 여론 등을 살펴보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소득세의 증세 대상을 과표 5억원 이상으로 한정할 경우 증세 범위를 넓히려는 여당의 방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소득세 과표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억원 이상 소득자에 한해 현행 40%의 세율을 42%로 올리는 당초 안보다 한발 더 나간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당의 급진적인 증세 방안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초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무리하게 증세를 밀어붙였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하던 제도를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다 막판에 철회했다. 제도변경 시 종합소득과세 체계로 편입되는 대상자가 무려 37만명에 달해 후폭풍이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 인하 여부에 대해 “그런 방안은 없다”며 공식 부인했다.
법인세 인상안을 놓고는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표준을 신설해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은 “너무 세밀한 접근”이라면서 그 기준을 500억원 초과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본소득에 대한 증세 확대범위에 대해서도 김 정책위의장은 “검토할 내용은 다 검토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추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정 간 불협화음 속에 조율되지 않은 증세안이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면서 납세자인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