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체인화 편의점 수는 지난 2006년 9,847개에서 2011년 2만1,879개, 2015년 3만1,203개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흔히 자영업자 과밀업종이라고 하면 치킨집이나 커피숍을 떠올리지만 국내 자영업 시장의 모순을 가장 극명히 드러내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가게 운영이 어렵지 않고 초기비용도 다른 업종보다 낮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매력에 은퇴 이후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편의점 점포 개설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듯’ 쉽게 창업한 만큼 돈 벌기도 어려웠다. 동네마다 불과 10m 거리를 두고 우후죽순 들어선 편의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편의점은 브랜드만 다르면 바로 옆에도 낼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사업영역을 보장받기란 불가능하다. IBK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영업이익률은 5.2%로 치킨(15.8%)이나 커피전문점(10.4%), 한식전문점(9.8%)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편의점 수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으로 돈 벌기는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편의점이 과당경쟁으로 고전하는 동안 편의점 가맹본부는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은 수입맥주나 도시락 분야의 인기에 힘입어 식품군 매출이 16.3% 증가했다. 편의점 전체 매출은 10.5% 늘었는데, 백화점 매출이 1.9% 줄고 기업형수퍼마켓(SSM)과 대형마트가 각각 3.4%, 1.6%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 5년간(2010~2015) 편의점 가맹본부 매출은 115.8% 증가하며 두 배 이상 몸집을 불린 반면 가맹점주는 점포 수 급증으로 평균 매출 성장률이 16.2%에 그쳤다. 이 때문에 무수한 편의점 사장들이 사실상 가맹본부 직원이나 마찬가지라는 한탄의 소리가 들린다.
편의점의 또 다른 문제는 들어갈 때 쉬워도 빠져나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프랜차이즈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편의점 설비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해 매출이 줄어도 쉽게 가게를 없애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의점을 가장 많이 창업한 연령대는 40대(전체의 34%)로 자칫 편의점 사업에 실패할 경우 다수의 중장년층과 그 가족들이 함께 몰락할 우려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 수익구조를 최대한 공개하고 영업시간 단축허용 기준을 개선하는 등 편의점 가맹점주를 위한 정책적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자영업자들이 손쉬운 창업보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준비를 통해 가게를 여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편의점은 마진율이 낮아 매출이 커도 수입은 영세하다”며 “편의점 특성에 맞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