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출처=AP통신
아군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승리의 최대 공신이자 최측근 인사로 꼽힌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을 연일 공개 모욕하고 해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의 행동을 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건강보험법(일명 트럼프 케어)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을 비난한 부분도 내부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상·하원을 가리지 않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내에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하거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트럼프에게 공개 모욕당한 세션스 장관이 상원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공화당 주류 중 아무도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지지 선언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케어와 같은 쟁점 법안 처리 과정이나 ‘러시아 스캔들’과 같은 이슈를 다룰 때 여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고 공화당 의원들은 지적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회전문지 27일(현지시간) 더힐과 익명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잘되도록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에 그런 행동이 보상을 받거나 기억될지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굳이 공개 석상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험담하는 그만의 특이한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정치인’ 출신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미숙함과 유약함을 그대로 드러내 지지율 하락과 당내 반발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을 모욕하는 것은 볼썽사납고 부적절하다”면서 “공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큰 약점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한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에 대한 우려를 사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모들을 비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이러한 행동들을 거론하며 “누가 당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재선 가능 여부로 농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불러 트럼프 케어 처리를 독려하던 자리에서 가까이 있던 딘 헬러(네바다) 상원의원을 향해 “그가 상원의원으로 남고 싶어 하지 않느냐”고 우회적인 협박을 하기도 했다. 헬러 의원은 그냥 웃어넘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의원들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