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와치] 시제품 개발하고...점포운영 체험하고..."유비무환으로 '창업정글'서 살아남아야죠"

■창업사관학교 가보니...
<기술창업 명문 청년창업사관학교>
판로개척서 투자유치까지 전과정 지원
졸업후에도 5년간 관리로 생존율 높여
창업 1,215개팀 중 1,010곳 영업 유지
<자영업자 육성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전국 19곳에 점포운영 실습 공간 마련
이론교육후 16주간 실제 '사장님 체험'
졸업생 309명 월평균 매출 1,090만원

“사업이 자신감이나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체험점포 ‘꿈이 커지는 곳, 꿈이룸’에서 만난 최형규(36) 곤충놀이터 대표가 지난 넉 달간의 창업실습을 마친 소감이다. 9년간 증권사에서 일했던 최 대표는 곤충을 활용한 아이템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바로 창업할 수도 있었지만 평소 꾸준히 관련 정보를 찾아본 덕에 사관학교 제도를 알게 됐고 올 2월 입교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막상 운영을 해보니 아이들이 어떤 곤충체험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교육해야 재미있어하는지 예상과 차이가 컸다”며 “바로 창업했다면 시행착오에 수개월과 값비싼 임대료를 날릴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대표는 사관학교에서 지낸 지난 반 년간 수차례 사업 아이템을 수정했고 실제 창업시기도 멘토와 상의해 내년 6월로 잡았다. 경기도 김포의 새 아파트단지로 입주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그는 “고객 한 명을 만나는 게 별것 아닌 듯해도 하나하나 작은 노하우가 쌓이는 셈”이라며 “이제는 창업에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자영업자가 5년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확률(생존율)은 27.3%에 불과하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이 기간 내에 폐업의 쓴맛을 본다는 얘기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사그라지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든 점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사관학교 형태는 아니지만 각종 창업보육·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무턱대고 자신감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국내 자영업시장이 훨씬 냉혹한 만큼 창업에 앞서 최대한 주어진 인프라를 활용해 철저히 준비해야 조금이라도 창업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은 무더위 속에서 더 뜨거운 열정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두 곳의 사관학교를 찾았다.

◇창업계의 명문, 청년창업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가 싸우는 법을 가르친다면 저희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생존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이우수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은 학교를 소개해달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11년 개교한 이래 올해로 7기생을 맞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예비창업자나 초기 창업자 사이에서는 이른바 ‘스카이(SKY·명문대)’로 통한다. 사업팀당 최대 1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전담 교수진의 멘토링 등 수준 높은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준비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관학교는 이론 교육부터 시제품 제작, 판로 개척, 투자 유치 등 전 과정을 지원하고 졸업한 후에도 5년간 사후관리를 제공하면서 창업자들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결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2011~2015년 중 창업한 1,215개 팀 가운데 1,010곳이 영업을 계속해 유지율 83.1%(2016년 11월 기준)를 기록 중이며 5년차가 된 1기생의 유지율도 64.2%에 달한다.


이 교장은 “사관학교라는 이름답게 입교생들에 대한 관리도 엄격하다”며 “사업팀들이 계획대로 진도를 맞추고 있는지, 시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은 예정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3월 입교 이후 미흡한 점수를 얻은 13명은 경고를, 4명은 퇴교 처분을 받았다. 앞으로 이어지는 평가에서도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창업자는 쫓겨난다.

사관학교에서 만난 입소기업 대표들은 전시회 준비와 시제품 제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더위도, 밤낮도 잊은 지 오래다. 다음달 일본 전시회를 앞둔 김수지(29) 콤틸마이 대표는 사관학교 내에 마련된 기숙사에서 쪽잠만 자고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콤틸마이는 덴마크어로 ‘나에게로 와요’라는 뜻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 생활용품·소품 브랜드다. 덴마크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김 대표는 “올가을 론칭(출시)도 함께 준비하느라 몹시 바쁘지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입교생들은 재학 중 160학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기업가정신과 윤리 등 인성 교육도 포함됐다. 돈만 버는 게 다가 아니라 인류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입교생들은 또 수시로 서로 교류하며 사업 아이템을 논의하고 때로는 협력한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다듬고 이 과정에서 겸손함도 배운다”며 “이런 하나하나가 자양분이 돼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들의 창업 성공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현재 사관학교 출신 기업들의 누적 매출액은 7,120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4,999명에 이른다.

◇‘강한 소상공인 육성’ 신사업창업사관학교=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 자리한 상점 ‘꿈이 커지는 곳, 꿈이룸’. 215㎡(약 65평) 넓이의 이곳은 곤충 관련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곤충놀이터’, 커피와 꽃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앤꽃차’, 프리저브드 플라워(시들지 않는 생화) 공예 소품을 다루는 ‘꽃살’ 등 세 곳의 점포가 공간을 나눠 영업 중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향기로운 꽃차를 마시면서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꽃 공예품을 감상하고 아이들은 무당벌레를 닮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겉보기에는 여느 가게와 다를 바 없지만 사실 이곳은 창업을 앞둔 예비 소상공인의 실전 교육장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준비된 창업을 유도해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고자 2015년부터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150~200여명의 교육생이 선발돼 이론 교육과 16주에 걸친 점포체험을 거쳐 실제 창업을 한다. 서울 내 5곳을 포함해 전국 19곳에 점포 운영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꿈이룸’이다. 27일은 올해 2월 입교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5기생들이 16주간의 점포체험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 이들은 8월1일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8월 중순부터는 새로 실습에 나서는 6기생들이 이 자리를 맡는다. 이에 따라 최근 ‘점포정리’ 기간을 보내고 있는 3명의 대표는 단골들을 보면 작별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서운하다” “가게를 아예 이 근처(대학로)에 차려라”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꼭 성공하라”는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다. 노현자(55) 커피앤꽃차 대표는 “고객들과 마음이 통했는지 짧은 기간인데도 단골이 제법 생겼다”며 “올가을 가게를 차릴 장소를 물색 중인데 (단골들 때문에) 대학로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시행착오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무작정 가게부터 차렸다면 모든 비용과 위험을 오롯이 홀로 떠안아야 하지만 사관학교를 통해 충분한 이론·실습교육을 이수하고 전담 멘토의 조언을 받으며 더 강하고 단단한, 준비된 자영업자로 거듭난 셈이다. 소진공이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2016년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졸업생 446명 중 309명이 실제 창업했고 이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1,090만원으로 일반 소상공인의 월 평균치(912만원)보다 20%가량 웃돌았다. 김미숙(51) 꽃살 대표는 “지난 넉 달간 점포체험을 통해 난생처음 고객들을 맞이해보면서 상권분석 요령을 터득하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며 “새 점포가 들어설 상권을 철저히 분석해 꼭 성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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