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협, 총체적 위기를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파고들었다. 지구 온난화, 생물다양성 상실, 핵무기 등 분석한 내용의 심각성으로 보자면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인간애와 인류의 생존전략을 찾자는 데에 있다. 책은 인류 형태의 재설계, 우주 식민지 개척, 반지성주의 극복, 땅 파고 지구 속으로 들어가기 등 1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종말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여성의 참여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갖춰야 할 지식을 과학과 기술에 국한하지 말고 종교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 믿음으로 바라본 미래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살펴보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부제는 ‘과학과 종교가 재앙에 대해 말하는 것들’이다. 1만7,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