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의실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린진창(林錦昌·사진) 중화문화총회 사무총장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추진했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중화문화총회는 중화문화 발전과 교류, 국제협력 등을 위해 결성된 민간단체이나 정부가 문화진흥에 앞장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총통이 역대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으로 린 사무총장과 지앙춘남(江春男) 부회장은 총통을 대신해 도 장관과 만나 양국 문화상호교류 방안을 의논하려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차이 정부가 국제 문호 확대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올해부터 주요국을 방문하며 문화교류 기회를 모색하려 했던 중화문화총회는 첫 방문지인 한국에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게 됐다.
정중한 거절이었으나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중국은 대만에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지 않는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이래 대만의 외교활동을 줄곧 봉쇄하고 있어 한국 정부 역시 국가 대 국가로서의 공식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차이 총통 취임 후에만 대만 수교국이 2개 줄어 20개국이 됐다. 한국은 1992년 국교 단절 이후 대만과 이렇다 할 공식 교류는 없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차이 총통이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 양측간의 교류 확대를 당부했으나 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린 총장은 고등학교 교사 시절 소설가로 등단한 문인으로 이후 천수이볜 총통 시절 비서실 공보차장, 차이 총통의 대선 선거팀에서 공보비서관을 맡는 등 민진당 수뇌부로 활동했던 인물로 도 장관과 공통점이 많다. 그가 도 장관과의 만남이 무산된 데 거듭 아쉬움을 표한 이유기도 하다.
린 총장은 “우리는 문화공화국에 살고 있을 뿐 문화에는 국적도 민족의 구별도 없다”며 “나는 정치 일선에 나섰지만 문학으로 돌아갈 것이고 도 장관 역시 마찬가지인 만큼 문학이라는 본질 안에서 결국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도 장관에게 남겼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