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 ‘쌈마이웨이’ 김지원 “박서준은 최고의 파트너...얼굴 찌푸린 적 無”

이쯤이면 ‘인생 캐릭터’다. 배우 김지원이 KBS 2TV 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 김동휘, 이하 ‘쌈마이’)로 최적의 연기를 선보였다. 어찌나 실감 나는지 지난 ‘태양의 후예’ 윤명주의 정적이고 이지적인 이미지는 ‘쌈마이’ 1회 만에 단번에 뒤집혔다. 그 청순하고 지고지순할 것 같은 이미지에서 어떻게 그런 ‘걸크러시’가 불쑥 튀어나왔을까.

‘쌈 마이웨이’ 속 김지원이 연기한 최애라는 한 마디로 무인도에 던져 놔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캐릭터다. 동물로 치면 고양이보단 개과. 매우 직선적이다. 생활력 강하고 불의의 상황이 닥치면 ‘아니다’를 가장 먼저 외칠 줄 아는 정의의 사도다. 정은 또 어찌나 많은지 지인이 딱한 처지에 놓이면 스스로 발광할지라도 ‘내 사람’을 지킬 줄 안다.

그런 애라의 꿈은 뉴스 데스크 백지연이었지만, 현실은 백화점 인포 데스크 최 양이었다. 어릴 적부터 ‘마이크 잡이’에 대한 열망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꿈을 향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매력이 고동만(박서준 분)과 일치했고, 둘은 친구에서 ‘쌈’, ‘썸’, 그리고 ‘연인’까지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배우 김지원 /사진=킹콩 by 스타쉽


김지원은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킹콩 by 스타쉽 사옥에서 서울경제스타와 ‘쌈 마이웨이’ 종영 인터뷰를 함께 하며 “드라마가 끝나고 허하기도 했다. 열심히 촬영했는데 시청자분들께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주셨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나더라. 헛헛하다”고 종영 소감과 함께 드라마의 인기에 감사함을 표했다.

‘쌈 마이웨이’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담았다. 이 과정을 솔직하고 속 시원하게 전한 드라마는 연출력, 대사, 배우들의 케미 등이 복합적으로 공감과 호평을 얻으며 13.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종영했다.

지난 13일 제주도로 포상휴가를 떠났던 김지원은 “배우들을 촬영할 때만 보다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보는 건 처음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우리는 대학생들처럼 놀았다. 스태프들이 ‘넌 왜 연기자처럼 안노냐’고 할 정도로 재미있게 놀았다. 스케줄상 나는 하루 일찍 갔는데, 거의 무박 3일로 놀았다. 술도 기분 좋게 마셨다. 말 반 술 반 이었다”고 흥겨웠던 포상휴가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원은 사실 차분한 성격의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 ‘쌈마이’의 최애라 캐릭터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을까. 그 격차를 좁히는 데 많은 노력이 들었을 터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서 애라를 용감한 친구라 생각했다. 꿈을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용기 있게 도전하고,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초반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 점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려 했다. 처음에는 ‘마이크 똘아이’라는 캐릭터로 극명하게 설정됐다. 동만이와 애라가 서로에게 일이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케미에도 신경 썼다”


이번에 처음으로 가장 센 ‘사이다 직진 캐릭터’를 연기한 것으로는 “너무 좋았다. 밀당 없이 솔직해서 연기하면서 굉장히 속 시원했다. 재미도 있었다. 보는 분들도 답답해하지 않고 재미있으셨을 것 같다. 애라가 진솔하고 용감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돌변하기도 해야 했다. 나도 연기하면서 ‘나란 사람에게도 이런 면이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스스로도 많이 발견한 시간이었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니터하면서 재미있게 본 신들이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오죽하면 저희 사무실 사람들과 ‘행사를 뛰자’고도 농담할 정도였다. 준비하면서도 재미가 있더라. 나는 실제로 무언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실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생각하는 방향도 더 긍정적이 된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점차 애라와 내가 많이 닮아갔던 것 같다. 실제로 그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애정이 많았다. ‘연기자 김지원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도 듣고 싶었다. 전작에서는 이지적이고 똑똑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쌈마이’를 만난 것 같다”

배우 김지원 /사진=킹콩 by 스타쉽


실제 김지원의 성격을 알려달라고 하자 “내가 평소에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애라가 보여준 애교는 귀여우려고 했던 것이라기보다 ‘쪼기’(氣)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내가 원래 집순이다. 주로 쉴 때는 집에 있으면서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본다.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호흡을 맞춘 동만 역의 박서준 역시 실제로는 차분한 타입의 배우라 알려져 있다. 그런 두 사람이 1회부터 ‘비글미’를 쏟아내야 했던 상황. 어떻게 호흡을 맞춰갔는지 묻자 “나도 낯을 가리지만 말을 못 붙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초반에만 좀 서먹했고 점점 가면서 많이 친해졌다. 안재홍, 송하윤도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중반부터는 너무 즐겁게 친구들과 지내는 것처럼 촬영했다. 웃느라 NG도 많이 났다. 남일바에서는 소주를 들고 많이 촬영했는데,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연기할 정도였다”고 답했다.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사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웃음 요소가 많아 애드리브도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작가님도 편안하게 해도 된다고 하셨다. 풀어놓고 촬영했다. 나보다도 박서준과 안재홍의 애드리브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장면들이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애드리브는 동만이 어깨를 때리고서 동만이가 ‘심쿵’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동만 뿐만 아니라 김주만(안재홍 분), 백설희(송하윤 분)와 또래들끼리 ‘판타스틱 4’를 연기하면서 실제 배우들끼리의 현장 분위기도 더 없이 좋았다고. 김지원은 촬영장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모두들 칭찬할 게 너무 많다. 박서준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감사한 파트너였다. 박서준이 최선을 다해 고동만을 만들었기 때문에 최애라가 예쁘게 보일 수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격투기까지 해내야 해서 힘들었을 텐데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분위기 메이커였다. 배려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울어야 하는 감정신이 있을 때는 박서준이 말없이 지켜봐줘서 눈물이 날 수 있게 도와줬다. 아이디어가 많은 연기자라서 촬영하면서 그 분의 아이디어 덕에 나온 장면들도 많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하윤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그냥 설희 같았다. 설희가 엄마 같은 캐릭터인데 하윤 씨도 누구를 챙기는 걸 좋아한다. 말도 안 되게 착하다. 위로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잠을 많이 못 자서 지칠 수 있었는데 덕분에 마음은 지치지 않았다. 안재홍은 이번에 촬영하면서 더 팬이 됐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캐릭터를 예상했는데, 차분하면서 재미를 아시는 분이더라. 재미있는 신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동만을 사이에 놓고 박혜란(이엘리야 분)과는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웠다. 동만의 전 여친인 혜란은 이혼 후 동만을 잊지 못하고 찾아와 애라를 향한 질투심을 쏟아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이엘리야 역시 차분하고 속 깊은 배우임을 알고, 실제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다. 왠지 코드가 통할 것 같은 두 사람이었다. “실제론 너무 좋았다. 이엘리야는 굉장히 여린 언니다. 스스로 갈등을 준다는 것 자체에 걱정을 하면서 촬영했다. ‘카페 가면 차는 뭐 마셔요’를 얘기하는 등 촬영 쉬는 시간에는 취미 얘기도 했다. 이엘리야 언니가 예쁜 카페도 좋아해서 추천도 받고 그랬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