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비 릴레이 규제' 예고] AI로…IoT로…이통, 脫통신 속도낸다

SKT, AI스피커 기반 플랫폼 구축
SM엔터와 손잡고 콘텐츠도 강화
KT, 자율차·VR 차세대 서비스
5G 조기 상용화로 주도권 확보
LGU+ 가정용 IoT시장 개척
연말까지 100만 가입자 확보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보편요금제 도입·제4이통 출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통신요금 규제안을 줄줄이 시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탈통신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자상거래와 자율주행차 시장에, KT(030200)는 5G 상용화에 집중하면서 금융업·빅데이터 등 신규 시장에, LG유플러스(032640)는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시장 등 IoT 공략에 나서면서 이통사들이 탈통신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9일까지 ‘통신요금 할인율 25% 인상안’에 대한 이통사의 의견 제출을 요청하면서 통신요금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통사들은 법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을 예고했지만, 정부도 당근책을 앞세워 시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통신사들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안을 받아들이면 5G 상용화를 앞당기는 등 각종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통신’과 ‘탈통신’ 사업에 대한 이통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통사들은 일찍부터 ‘가입자 포화’를 이유로 통신시장이 아닌 ‘비통신’과 ‘탈통신’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통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지난 2·4분기에도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은 SK텔레콤 4,233억원, KT 4,473억원, LG유플러스 2,080억원 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9%, 4.8%, 15.5%씩 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 부문 매출이 뒷걸음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과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 진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탈통신 돌파구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AI 스피커 ‘누구’를 기반으로 디지털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 전자상거래 서비스 ‘11번가’, 포털 ‘네이트’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을 계획이다. 아마존이 AI 스피커 ‘에코’를 앞세워 글로벌 ICT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전략을 벤치마크 한 셈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과 손잡고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면서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기업으로 비상할 준비도 갖췄다. 박정호 사장 특유의 ‘협업’과 ‘선택·집중’ 전략을 통해 비통신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KT는 ‘5G 조기 상용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5G는 4G보다 20배 이상 전송속도가 빠르고 반응속도가 0.001초에 불과해 자율주행차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필수 인프라다. 5G를 조기 상용화하면 ICT 관련 업체들의 러브콜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20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내후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5G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이다. KT는 또 지니뮤직, 원내비, 기가니지 등 ICT 서비스 외에 K뱅크, BC카드 등의 금융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종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정용 IoT 시장 개척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 80만명 수준인 가입자를 연말까지 100만명으로 늘리고 올해 내로 출시 예정인 자체 AI 스피커를 통해 IoT 시장에서 확실한 색깔을 보여줄 방침이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망중립성이 유지되는 한 이통사들이 이전과 같은 전략만으로는 ICT 업계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15년 전 국내 시가총액 2위였던 SK텔레콤이 현재는 14위로 내려앉은 것을 보면 이통사들이 느끼는 불안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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