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오거스타의 분밸리GC에서 일어났다. 1대1 매치플레이 방식의 대회 준결승에서 맞붙은 에리카 셰퍼드와 엘리자베스 문(이상 미국)은 연장 승부를 벌였다. 연장 첫 홀에서 셰퍼드가 먼저 파를 적고 문은 1.2m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 퍼트가 왼쪽으로 빗나가자 문은 주저 없이 볼을 버디 퍼트 지점으로 돌려놓고 연습 퍼트를 했다. 15㎝의 아주 짧은 파 퍼트라 당연히 스트로크 면제를 뜻하는 컨시드를 줬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셰퍼드가 “컨시드를 준 적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은 1벌타를 받았고 결국 셰퍼드가 결승에 진출해 30일 우승까지 내달렸다.
셰퍼드는 “상대 퍼트 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볼이 홀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떠봤더니 그는 이미 볼을 움직이고 있었다”며 “옆에 있던 코치가 ‘컨시드를 준 거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컨시드를 줄 틈이 없을 정도로 문은 버디 실패 뒤 곧바로 볼을 건드렸다. 셰퍼드는 “이겼지만 이겼다는 기분 대신 울고 싶을 뿐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퍼트 상황을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면 당연히 컨시드를 줬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두 선수 모두가 딱하게 됐지만 이런 상황에서 룰은 명확하다”며 인플레이 상황에서 볼을 건드린 문에게 벌타를 부과했다.
홀마다 승패를 가리는 매치플레이에서 컨시드 논란은 종종 벌어진다. 2년 전 솔하임컵(미국과 유럽의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서는 50㎝ 컨시드 논란이 벌어졌다. 재미동포 앨리슨 리가 50㎝ 거리의 파 퍼트를 하지 않고 볼을 집은 것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문제 삼은 것. 패배의 빌미가 된 벌타를 떠안은 앨리슨 리는 눈물을 쏟았다. 퍼트를 지켜보지 않고 이동해 컨시드를 준 것처럼 혼란을 유발한 페테르센도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는 등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