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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군사 훈련기지인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열린 이날 열병식은 오전9시(현지시각)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은 시 주석이 부대를 사열하면서 시작돼 1시간15분여 동안 진행됐다.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 특색의 강군의 길을 걸어나가자”며 “우리 군대는 모든 적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당초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일부 국가 원로들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행사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시 주석 중심으로 치러졌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와는 달리 이날 전투복을 입고 참석해 군권 장악의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열병식에 참석한 병사들은 사열하는 시 주석에게 기존에 쓰던 ‘서우장하오(首將好)’라는 구호 대신 ‘주시하오(主席好)’를 외쳤다. 서우장하오는 사열하는 고위 인사들에게 부치는 호칭이지만 주석하오는 시 주석에게만 유일하게 부치는 호칭이다. 이 역시 군권을 장악한 시 주석의 1인 집권체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된 연출일 가능성이 높다. 취임 이후 집권 1기 5년간의 기간 동안 군체제의 지속적인 개편을 주도한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은 마오쩌둥 이후 최강으로 평가된다.
열병식에는 총 1만2,000여명의 병력과 129대의 항공기, 571대의 군 장비가 동원됐다. 이날 동원된 무기 중 40%는 처음 공개되는 장비였다. 일반 전역전술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탑재해 전략무기로도 쓰일 수 있는 핵상겸비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G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열병식이 베이징 톈안먼이 아닌 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1981년 화북 군사훈련 기간에 치렀던 열병식 후 36년 만이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래 중국군이 처음으로 8·1 건군절에 치르는 열병식이기도 하다. 10월 말로 예정된 당대회를 앞두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 위상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미국과의 대립, 남중국해 분쟁 등 국제 안보 현안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국방부는 “주변 정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올여름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1982년 폐지된 공산당 주석 자리를 부활하는 방안을 포함한 당 조직 개혁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이 주석직 부활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며 68세 이상의 간부는 은퇴하는 정년제도도 재검토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 주석직이 부활되면 2012년 당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이 2기를 완료하는 오는 2022년의 당대회 이후에도 당 주석직을 맡아 최고지도자로서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중국 공산당 규정에 따르면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마오 전 국가주석은 1945년부터 1976년까지 당 주석을 맡았다. 옛 헌법에서는 당 주석이 무장 역량을 통솔한다고 규정해 당과 군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