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시다발 도시재생 추진 과욕 아닌가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110곳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을 마련해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설명에 들어갔다. 도시재생 뉴딜은 철거와 이전을 전제로 한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기존 마을 원형을 유지한 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의 일종이다. 전국 500곳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해마다 100여곳씩 5년 동안 노후 도심 500곳을 선정해 총 5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공영개발 방식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민들이 필요한 도서관과 주차장 등 생활기반시설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니 지역민으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이 막대한 사업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원주민이 쫓겨나고 투자자들만 막대한 개발차익을 남기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노후 도심의 슬럼화를 방지하면서도 주민 부담이 적어 제대로 운용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구시가지를 재생시키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과속의 후유증이 걱정된다. 사업 첫해에 110곳을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10곳의 개발에 필요한 자금만도 자그마치 10조원에 이른다. 개발 호재에 뉴타운 해제지역 등 잠정 후보지를 중심으로 이미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 단독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해의 5배에 이른다. 정부가 9월에 사업계획을 받아 12월에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과욕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사업 규모는 다르지만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해제되는 곳이 속출한 뉴타운개발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시범지역을 선정한 다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문제가 없다면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순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