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증인 60명 불렀지만...이재용 뇌물·청탁 증언은 '0'

■ 이재용 재판 이번 주 마무리
특검 공언과 달리 "靑압력 없었다"
공정위·금융위 등 관계자들 증언
정유라 승마지원 뇌물여부도 불확실
내달 7일 이재용 형량구형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이번 주 마무리 절차를 밟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다음달 2일 50차 공판에서 60번째 증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이 부회장을 신문한 뒤 다음달 7일 형량을 구형한다. 하지만 핵심 혐의를 뒷받침할 증언과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번 주 피고인 신문(이틀)과 박 전 대통령 증인 신문(하루), 특검과 변호인이 혐의를 두고 다투는 공방기일(이틀)을 예정해뒀다. 그러나 재판부와 특검·변호인단 모두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증인 신문은 끝났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신문은 다음달 1~2일 이틀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스스로 이번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 부르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공언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현안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단독 지원했다고 봤다. 아울러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과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보낸 후원금을 더해 총 433억원을 뇌물로 계산했다.


하지만 특검의 논리는 쏟아지는 증언들에 계속 막혔다. 청와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은 삼성 현안에 박 전 대통령이 압력·지시를 가한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자신도 국정농단 사태 당사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과정에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방안에 대해 법대로 소신껏 결정하라고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 말했다”고 증언했고 김 전 부위원장도 이를 인정했다.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이 추진하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계획에 대해 안 수석에 수 차례 보고했지만 너무 관심이 없어 서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달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 문건 16종도 증거로 내놨다. 문건을 작성한 이영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지시해 201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와병으로 불거진 현안 점검차원에서 만들었을 뿐”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의 정씨 승마지원이 뇌물이었는지도 확실히 가려지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승마지원에 소홀하다는 역정을 들은 이 부회장의 지시로 비로소 승마지원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 관계도 이후 지원과정에서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은 당초 올림픽 승마선수단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 정씨를 포함시켰지만 최씨 방해로 단독 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입장이다.

물론 삼성에 불리한 정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1심 재판에서 복지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움직인 혐의가 인정됐다. 이는 “현안에 정부 특혜는 없었다”는 삼성 주장에 배치된다. 정씨가 지난 12일 법정에 깜짝 출석해 “어머니의 말 세탁을 삼성이 몰랐을 리 없다”고 증언한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은 지난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최씨가 덴마크에서 말을 바꿔치기한 사실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를 유죄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심 선고 뒤 그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은 다음달 27일 끝난다. 재판부는 그 전까지 선고 공판을 열 것으로 관측된다.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나머지 혐의도 모두 무죄가 되거나 일부 유죄만 인정돼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 반면 뇌물 혐의가 유죄라면 나머지 혐의도 모두 유죄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뇌물액을 고려한 실형 선고가 유력해 진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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