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마 지원과정서 최씨 배경 때문에 끌려다녀"

삼성 전직임원 법정서 진술
승마지원 계약 허위성 부인

삼성그룹 전직 임원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계약은 허위가 아니었으며 최씨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계약의 허위성 여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 판단 전제 가운데 하나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그는 “2015년 8월1일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만나 마장마술 3명, 장애물 경기 3명 등 총 6명의 승마 선수를 뽑아 올림픽에 대비해 훈련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박 전 전무로부터 한 명을 정씨, 한 명을 한국 마사회 소속 박재홍씨로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 전 전무는 이 같은 훈련 지원 계획이 최씨의 개입 때문에 변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최씨의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 인사 배경 뒤에 최서원이란 사람이 있다고 나름 파악했고, 그래서 그는 최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보다 더한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 전 전무는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가 승마지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는 “최씨가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소개시켜 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독일에서 만난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경영 부문 대표와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이 운영하는 회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황 전 전무는 정씨가 탄 명마 ‘살시도’의 패스포트상 소유자가 삼성으로 기재된 사실에 최씨가 화를 낸 것과 관련, “정씨가 삼성의 말을 타는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며 삼성은 최씨가 원하는 대로 패스포트 이름을 바꿔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패스포트상 소유자가 바뀌어도 실제 소유권이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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