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문콕’이라는 용어를 아는가. 주차 후 차 문을 열 때 옆 차에 흠집을 내는 것을 말한다. 차량은 대형화되는 데 반해 주차장 획지 규모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인들도 조심스러운데 임산부라면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첫째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한다면. 아마 짜증을 넘어 ‘비참하다’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을까. 요즘 젊은 층들이 출산을 꺼리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주거나 양육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 경제적 가치나 비용으로 추계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출산이나 양육의 비용이 아니라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 ‘가족 간의 관계가 주는 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러 온 손님을 거부하는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아이가 많은 가족도 배제해야 할 대상이 돼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최저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어떻게 벗을 수 있겠는가.
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장애인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으로 변경해 임산부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기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제도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만원이던 과태료도 최대 50만원까지 상향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내가 진정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다. 우리는 왜 임산부나 어린아이를 둔 가족의 불편함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인편익증진법률에서 해결해야 할까. 왜 우리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대한 가치보다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임산부나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너그럽고 힘을 실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 법은 그때까지만 사용되는 임시조치법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