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뿐 아니다.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488만8,000명에 달한다. 이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14.5%(70만8,760명)다. 이의 상당수는 고시원이나 반지하 월세방 등에서 산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일하는 학교에 따르면 성남 지역에 혼자 사는 청년 206명 중 40명(19.4%)은 고시원과 옥탑방·반지하가 주거지였다.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응답자(130명) 가운데 46.2%는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23.1%는 회비 부담으로 모임을 꺼렸다. ‘잘된 친구를 보면 위축된다’는 응답도 8.5%였다.
실제 올해 28세인 B군은 A양과 대척점에 서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지난 토요일 오전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여자친구와 특급호텔 뷔페에서 1인당 10만원짜리 브런치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영화관람(2만2,000원)과 커피(1만2,000원), 쇼핑(25만원)에 30만원 가까운 돈을 썼다. A양의 한달치 생활비 중 절반을 하루에 쓴 것이다. 평소에도 한번에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손쉽게 한다.
B군 주변에는 수입차를 사거나 매주 서핑하러 동해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20~29세의 BMW 구매 대수는 1,821대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1,212대에 달했다. 두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20대의 상반기 수입차 구매 대수는 5,099대로 총 판매량의 6.6%다. 해외여행에 200만~300만원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면세점에서 사야 할 목록을 공유하고 수백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친구도 있다. 같은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지만 이들의 격차는 이렇게 크다.
친형제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난 박정기(33)·정규(32)씨 형제는 모두 거제도의 대형조선소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분(?)이 다르다. 형은 외주업체 비정규직, 동생은 정규직이다.
두 사람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7~8년 전이다. 두 사람 모두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했는데 동생은 정규직 전환 면접에 붙고 형은 떨어졌다. 그 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동생은 하루 8~9시간 근무에 주말을 다 쉬어도 월급이 평균(보너스 포함) 400만원을 넘었다. 형은 그렇지 못했다. 일당과 잔업에 토요일까지 일해도 동생의 임금에 한참 못 미쳤다.
작업장 안팎에서도 대우가 달랐다. 정규직은 탁 트인 공간에서 일하고 외주는 좁은 곳에서 어려운 작업을 했다. 번화가인 고현에 나가도 작업복으로 차이가 났다. 직영은 회사 이름 위에 소속부서와 이름이 써 있고 협력업체나 외주는 ‘○○기업’과 이름만 있다. 정기씨는 “여자들도 이름표만 보면 신분을 안다”고 했다.
정기씨는 31세 때 2년여를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다 헤어졌다. 집 문제 때문이었다. 그해 동생은 아파트를 사서 결혼했다.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수천만원을 연 2% 이하 금리로 빌려줬다. 결혼하면서 중대형 세단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도 샀다. 형제는 20~30대의 남성 임금노동자 가운데 소득 상위(8~10분위) 기혼자 비율(보건사회연구원·2015년)이 67~82%, 중위(4~7분위) 20~49%이고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소득이 적어서(48.5%,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라는 통계를 삶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재력까지 더해지면 청년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1만5,426명으로 전년보다 17.7%나 급증했다.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대학교 학자금 대출상환으로 시작하는 이들과는 천지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자는 71만2,679명으로 대출액만도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부모에게 돈을 계속 지원받는 경우도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취업자 청년(15~29세) 4,2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2%는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약 46%는 나 홀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 /이태규·구경우·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