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살 필요 없는 음파결제...올 2만곳서 'OK'될 것

이윤희 모비두 대표 인터뷰
포스기 SW 업데이트만으로 구동
엘페이 손잡고 400곳서 서비스
올 롯데계열사 2만곳 가동 예정
추가비용 안 들어 성장 잠재력 커
매출 올 3배·내년 10배 증가 기대

이윤희 모비두 대표가 서울 중구 청계천로 본사 사무실에서 음파결제를 시연하고 있다. /임진혁기자


“이제는 음파결제 시대입니다.”

이윤희(41·사진) 모비두 대표는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다른 결제방식은 전용 시스템이나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지만 음파결제는 기존 포스기의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구동할 수 있다”며 “추가 장비 없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음파결제란 결제단말기 포스(POS·판매관리 시스템)가 낸 음파를 휴대폰이 인식하고 서버로 정보를 확인한 후 결제가 이뤄지게 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롯데슈퍼에서 장을 본 김모식(가명)씨가 음파결제를 하려면 스마트폰의 ‘엘페이(L.pay)’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포스 기계에 대면 된다. 이때 포스 스피커가 결제 정보를 변환한 토큰을 실은 (사람은 들을 수 없는) 비가청 음파를 내면 스마트폰 마이크가 이를 인식해 중앙 서버로 보내고 다시 포스 기계로 ‘결제 OK’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모비두가 개발한 음파결제 시스템은 결제서비스 엘페이에 연동돼 지난 4월부터 전국 롯데슈퍼 400여곳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올해 안에 롯데백화점과 세븐일레븐·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유통계열사까지 전국 2만여곳으로 음파결제 점포가 늘 예정이다.

근거리에서 무선으로 결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마그네틱 방식을 이용한 삼성페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애플페이도 있다. 블루투스를 쓸 수도 있다. 모비두는 결제 정보 전달 방식에 음파를 활용한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파결제 역시 다른 방식과 똑같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포스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오케이포스’와 업무 협력을 하고 있다”며 “다른 페이(결제 시스템 회사)들도 이 방식을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가 음파결제를 개발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인식률이었다. 그는 “주변에 시끄러운 잡음이 많으면 음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아날로그 소리를 디지털로 정확하게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음파결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린다. 이 시스템이 설치된 포스기 수만큼 정액을 받는 식이다.

모비두는 엘페이를 통한 음파결제의 확산에 따라 지난해 2억원 정도던 매출이 올해 6억원, 내년 2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제뿐 아니라 음파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다른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도 확대하고 현재 8명인 직원 수도 내년에는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코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다. IBM과 퀄컴을 거쳐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이때 창업을 결심했다. 2013년 8월 퇴사와 동시에 모비두를 창업했지만 생각보다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스무 군데 이상 투자자들을 찾아다녔지만 매번 퇴짜를 맞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며 “롯데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자 다른 기관의 투자가 이어지며 지금까지 18억원가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자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신생 벤처 업체들을 발굴해 투자하는 삼성넥스트도 포함돼 있다. 삼성넥스트는 설립 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는 후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고 거절당할 경우에는 부족한 점,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으로 조금씩 사업을 개선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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