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년간 부진의 늪에 빠졌던 유로존의 경기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유로화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달러당 유로화는 1.172로 지난해 말 1.052보다 11.41% 올랐다. 달러화를 선진 6개국의 통화 가치와 비교한 결과에서도 유로화는 지난해 말 대비 11.7% 상승하며 다른 통화들을 압도했다. 원화 대비 유로화는 원화 값이 달러 대비 강세를 띤 악재 속에서도 같은 기간 3.6% 올랐다.
올 들어 유로화가 강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로존은 최근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미국과 달리 뚜렷한 경기 회복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로존이 올해 1.9%, 내년 1.7%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0.1%포인트 올렸다. IMF는 미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기존 2.3%에서 2.1%로, 내년 성장률은 2.5%에서 2.1%로 각각 내려 잡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은 독일 경제가 사실상 호황 국면에 진입했고 장기 침체에 빠졌던 프랑스 경제도 ‘마크롱 효과’로 반등하고 있다”며 “반면 미국은 내수가 부진하고 트럼프 노믹스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경제 회복세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두 지역 간 경기 사이클 격차는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며 유로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ECB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9월께 2018년 중 테이퍼링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가 더딘 경제 회복에 달러화 가치를 급격히 반등할 재료를 찾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올 들어 글로벌 외환시장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입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가치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정책 기조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때 달러화의 약세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는 ‘유로화 강세=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현대모비스(012330)·만도(204320)·한온시스템(018880) 등 자동차주가 꼽힌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자동차의 관세 철폐로 유럽시장에서 한국 차 점유율은 2009년 4.1%에서 지난해 6.3%로 올랐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과 중국 시장의 완성차 판매 부진으로 지역 현지 생산이 줄면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119억달러)은 전년 대비 5.7% 감소했지만 유럽 지역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의 전기차 판매량 급증으로 일진머티리얼즈(020150)·후성(093370)·상아프론테크(089980) 등 국내 배터리 소재, 부품, 장비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최근 유럽 지역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267270)와 같은 기계부품 업종도 주목할 만하다. 올 상반기 일반 기계부품의 유럽 지역 수출액은 2억달러로 전년 대비 11.5% 늘었고 수송기계부품과 화합물 및 화학제품도 각각 8.8%, 7.1% 증가했다. 정유업종은 유로존 경기 회복으로 디젤 수요가 늘면 정제마진이 올라가고 유럽 선사 비중이 높은 조선업종도 유로화 강세의 수혜주로 꼽힌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