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회에서 3개의 상을 휩쓴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소속의 박선영(왼쪽부터) 박사과정 학생, 최소영 박사, 최유진 박사과정 학생이 1일 연구실에서 모여 수상 소식을 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KAIST
“밤낮없이 연구를 함께한 후배들과 상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합니다. 오늘의 보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기술로 세계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를 선도해가겠습니다.”
KAIST 생명공학과 연구원과 학생들이 국제 학회가 수여하는 8개의 상 중 3개를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한 연구팀 소속 구성원들이 국제학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상을 휩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꼽힌다.
KAIST는 지난달 23~27일 태국 콘깬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 생물공학회’에서 이상엽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최소영 박사가 ‘최우수 연구상’을, 최유진·박선영 박사과정 학생이 ‘최우수 포스터 발표상’을 각각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수 연구 성과에 최우수 연구상(3개), 최우수 포스터 발표상(5개) 등 8개의 상을 주는데 KAIST 연구팀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개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 교수의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10대 유망 기술에 뽑힐 정도로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미생물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대사공학을 통해 다양한 화학물질과 고분자 등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최우수 연구상을 받은 최소영 박사는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으로 ‘폴리락테이트-글라이콜레이트(polylactate-co-glycolate)’를 생산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폴리락테이트-글라이콜레이트는 생분해성이 높고 독성이 낮은 바이오 고분자를 일컫는데 임플란트·약물전달체·봉합사생체 등의 의료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최 박사는 이 교수의 지도로 올 2월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포스트닥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 박사는 “기존에 고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학적인 방법 외에는 없었는데 미생물을 키워 고분자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친환경적 공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한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적 방식의 고분자는 높은 온도나 고압력 등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바이오 고분자는 공정 자체가 단순화되면서 비용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량 생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르면 5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최 박사는 전망하고 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유진씨는 재조합 대장균을 이용한 다양한 나노 입자의 생물학적 합성 연구를 발표해 최우수 포스터 발표상을 받았다. 최씨는 중금속 흡착 단백질과 펩타이드를 발현시킨 재조합 대장균을 이용해 금과 은을 비롯한 단일 나노 입자, 양자점, 자성 나노 입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합성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다양한 금속 나노 입자들을 생물학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생물학적으로 합성된 나노 입자들은 바이오이미징·진단·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또 최우수 포스터 발표상을 받은 박사과정의 박선영씨는 자연에서 발견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아스타잔틴(astaxanthin)을 대사공학을 적용해 대장균에서 생산·증산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아스타잔틴은 연어나 새우에서 발견되는 붉은빛의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 건강식품과 화장품 산업 등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편 아시아 생물공학회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 산업체 관계자 등이 모여 생물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번 학회에서는 국내외 25개국에서 400여명의 연구자가 모여 ‘바이오 혁신과 바이오 경제’라는 주제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