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증자 급한데...존재감 없는 KT

카카오뱅크 흥행 이어가는데
주주간 이해 조율에 소극적으로 일관
내부 직원들은 "구태의연" 불만 가득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폭증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주요 대출상품을 중단한 지 한 달이 넘어서고 있지만 핵심 주주인 KT의 존재감이 없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KT가 증자 등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출범 5일 만에 신규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증자 벽에 부딪힌 케이뱅크는 시장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초 간판 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인 ‘슬림K’와 연 5.5% 확정 금리의 마이너스 대출인 ‘미니K’는 판매하고 있지만 주력인 직장인신용대출이 중단된 지 한 달이 되면서 성장 속도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케이뱅크 측은 당초 내년 예정이던 증자를 앞당겨 올 하반기 실시해 주택담보대출과 직장인 소호대출 등 신상품을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KT 등 핵심 주주들의 생각이 달라 일정이 더뎌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T 출신 임원들은 ‘지금 영업해 봐야 돈도 안 벌린다’며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증자 등 일정을 논의하지만 적극성을 찾아보기 어려워 전체 주주를 끌고 가는 데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KT는 특히 국회에서 은산분리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증자를 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증자 필요성이 덜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산분리 규제는 비은행자본인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고 의결권도 최대 4%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KT의 케이뱅크 지분은 8%다. 추가 증자를 해도 2% 정도의 여력이 있는데다 4% 이상은 의결권 인정이 안 돼 경영상 추가 증자의 의미가 없다.

KT가 컨트롤타워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면에는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은행 간 가격 경쟁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예대마진이 적은데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케이뱅크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6ㆍ19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인 2일 추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상품을 내놓아봤자 별 이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T가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없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마 증자도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도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주주인 KT의 이 같은 태도에 카카오뱅크의 돌풍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케이뱅크 내부 직원들과 주요 주주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주원·김보리기자 joowonmai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