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관리체제는 수평적(중앙부처 간)·수직적(중앙과 지방)·지리적(수계와 행정구역)·형태별(수질과 수량)·용도별(생공농 용수)로 분산돼 있습니다. 이러한 분산된 물관리체제로 인한 사업중복, 예산낭비, 행정 비효율, 당사자 간 갈등 증가 등의 문제로 30년 전부터 일원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2003년 유엔에서도 “현대의 물 문제는 잘못된 물관리체제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물관리에 대한 이러한 인위적인 분리와 단절은 물을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관리 일원화란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물관리를 여건변화를 반영해 균형적 용수공급, 가뭄과 홍수 등 재해관리, 수질과 수생태계 건강성 고려, 이해당사자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통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물관리 체계를 말합니다.
농업·산업사회 기반 양적관리
물 개발 일정 수준이상 달성땐
英·獨·스위스·스웨덴 등 처럼
국가 환경관리 차원 접근해야
☞ 정부 초기 추진이 효과적
韓, 부처간 합의 못해 실패 경험
균형적 용수공급·재해관리 등
정책 상호의존성 계속 높아져
국회, 제도적 기반 마련 노력을
21세기에 들어와 물관리체제의 적절성을 평가할 때 “수질·수량·생태를 일원화해 관리하는가, 물의 관리는 환경관리 측면에서 추진하는가, 유역별 관리가 이뤄지는가, 인간의 수요와 동시에 환경 수요도 고려하는가”를 주요 지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 개발이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된 국가에서 물관리는 환경관리 업무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통합적인 수량과 수질관리를 권고(통합물권고, 2016년 12월)하고 있고 회원국 중 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스웨덴 등 대부분의 국가는 환경부서 중심으로 물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합된 물관리체제를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정계·학계·정부 등에서 꾸준히 있었습니다만 기존 부처에서 운영 중인 업무로 부처 간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조직처럼 물관리 조직도 일단 조직이 설립되고 업무가 부여되면 주어진 목표달성과 발전을 추구하는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돼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통합을 이룬 사례가 드뭅니다. 이와 같이 물관리 통합은 정부 초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러 선례에서 확인했고 이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물관리 일원화 정책의 추진은 시의적절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정치적 입장 차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입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입법기관에서 선도적으로 관계부처를 설득해 물관리를 효율화하는 선진사례에 비춰 우리나라 국회는 물관리 핵심 부처인 환경부와 국토부가 공감대를 가지고 추진한 일원화를 성사시키지 못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물관리 기능은 70년 전 정부수립 당시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여러 부처에 분산돼 효율적 물관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현재의 물관리 여건은 과거와 크게 변했고 여건변화에 맞춰 정책도 개선돼야 합니다. 농업과 산업사회에서는 물의 수요가 양적 측면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나 사회가 지식 정보화, 건강과 행복추구 사회로 발전하면서 물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하면서 수질·수량·생태수요 간에 정책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합니다. 분산 관리시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정책의 불확실성과 비효율성이 증대하며 국민에 대한 서비스가 저하됩니다.
인위적인 행정경계를 넘나드는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본적 요소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물관리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물관리체제 정립을 위한 입법은 국회의 역할입니다. 지금까지는 관계부처에서의 합의 부재로 일원화가 무산됐다면 이번은 정부에서 추진한 일원화를 국회의 합의 미흡으로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은 개별 부처의 부문 최적화로 운영되던 물관리를 국가 최적화로 가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9월까지 국회는 물관리 일원화를 통한 선진 물관리체제가 구축되도록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