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예고한 1일 중개업소가 밀집한 서울 잠실동의 한 상가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날 강남권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대책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송은석기자
“하루 종일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문의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해도 당장 호가를 내려서 매물을 내놓지는 않죠. 정부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E공인 대표)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2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예고하면서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에서는 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이전 대책들보다 강도를 더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중개사무실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영향과 새로 나올 정책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다만 투자자들은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예고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포인트 강화하고 서울 전 지역의 분양권전매를 금지하는 등의 6·19대책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함께 강남권 재건축을 겨냥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유력시되자 긴장된 분위기 속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고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강남구 개포동의 S공인 대표는 “8월 말로 예상했던 대책 발표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 혼란스럽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면서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아직 시세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정부가 세제까지 대책에 포함할 경우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의 J공인 대표는 “6·19대책이 실패했으니 단기간에 또 실패할 정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도 “정부와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관망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조합 설립이 안 된 상태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돼도 매매 자체는 제한받지 않지만 동남권 시장이 가라앉으면 이곳도 가격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도 정부 규제 소식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잠실동 B공인 대표는 “최근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매수세는 주춤한 상태”라면서 “정부 발표 내용을 봐야 하지만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면 잠실 5단지도 상당한 시세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및 잠원동 일대 역시 정부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포동 S공인 대표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숨을 죽인 상태”라면서 “정부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것을 설명할 수가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의 대책으로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공급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집값이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투기 세력을 잠시나마 진정시켜 급격한 가격 상승세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으로) 공급이 위축되면 장기적으로는 억제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돼 가격이 급등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