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슈|④ CEO 임금체계의 고리 끊기

FORTUNE Cover Story|The Future Issue
The Future of EXECUTIVE|④ Breaking the CEO pay cycl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낙관주의자는 갈망하고 비관주의자는 두려워한다. 하지만 개인적 성향과 관계 없이, 미래는 인간에게 매혹적인 대상이다. 포춘은 내일의 세계를 만들어갈 사고와 기술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이번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제약·미디어·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세상을 바꿀 기업 41곳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만 성공한다 해도 미래를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질 미래의 이슈 것이다.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이사회의 통제를 벗어났다. 성공에 대한 보상은 챙겨주면서도,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br>


월트 디즈니는 지난 3월 미 노동부의 시정조치를 수용했다. 회사가 직원 임금에서 유니폼 비용을 제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이 때문에 직원들은 연방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았다). 지난 몇 년 간 플로리다의 디즈니 시설에서 일어난 법 위반 행위로 회사가 많은 이익을 챙긴 건 아니었다. 디즈니는 1만 6,000명의 직원에게 임금 380만 달러(직원 한 명 당 약 230달러)를 돌려줘야 한다. 이 얘기가 더욱 화 나게 하는 이유는 반환 총액이 로버트 아이거 Robert Iger 디즈니 CEO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만 4,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CEO의 과도한 임금은 전혀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어 시의적절한 이슈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스티븐 클리포드 Steven Clifford의 저서 ‘CEO 임금 머신: 임금 머신은 미국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The CEO Pay Machine: How It Trashes America and How to Stop IT)’를 읽으면서 디즈니 사례가 떠올랐다. 작가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보상체계를 단순화하고 CEO의 임금을 줄이고, 기업의 장기적 성과에 부합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미래다.

킹 브로드캐스팅 King Broadcasting의 퇴임 CEO이자 다수 기업의 이사를 맡고 있는 클리포드-자신 또한 그런 전리품을 공유했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CEO 임금은 기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적으로 임금을 성층권까지 올리는 기계적인 정책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 말고 CEO가 높은 연봉을 받을 이유가 또 있을까? 그들은 왜 기이한 분류-아이거의 경우 급여, 주식, 옵션 보너스, 비주식 인센티브, 연금 등-에 해당하는 모든 걸 다 받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아이거는 올해 ‘성과 기반 유보금 보너스(performance-based retention award)’ 수령 자격까지 얻게 된다. 지난 3년 간 벌어들인 1억 3,000만 달러 이상의 보상이 트릭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CEO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줄 필요는 없다. 아이거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인이다. 지금보다 연봉을 적게 받더라도, 침대를 박차고 나와 타이를 매고 일하러 나올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사진은 특별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엄청난 임금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반향실(echo chamber)’ *역주: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만든 시설. 이사회에서 같은 얘기만 반복되는 상황에서 보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1978년만 해도 CEO는 평균 근로자 임금의 30배를 받았다. 지금은 276배나 가져간다. 이 숫자들은 ‘사고방식의 격변’을 드러낸다. 과거 CEO 연봉은 같은 조직 내 다른 직원들의 임금에 맞춰 책정됐다. 이를 ‘내부의 공평성(internal equity)’이라 불렀다. 하지만 1980년대 밀튼 록 Milton Rock 이라는 컨설턴트가 ‘외부의 공평성(external equity)’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제 CEO들은 마치 초인족(super-humans)에 속한 사람들처럼 ‘동료 CEO들’만을 기준 삼아 연봉을 받고 있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선 동료들이 종종 진짜 동료가 아니다. 클리포드의 설명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UnitedHealth Group은 최근 CEO 연봉을 책정하기 위해 건강보험과는 전혀 관계 없는 회사-애플, 코카콜라, 시티그룹 등-‘동료’ CEO들의 임금 내역을 활용했다. 그런데 그런 동료 그룹들의 중간 값을 (CEO 보상의) 목표로 하는 보상위원회는 거의 없다. 대개는 60~75퍼센트까지 맞추려 한다. 모든 CEO가 평균 이상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과와 관련해 이사회들은 동료 그룹을 마치 전염병처럼 피하곤 한다(어떤 이사회도 CEO에게 “보너스를 타려면 아마존보다 매출을 빨리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회들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목표치에 연 보너스를 고정시킨다. 이 과정에는 개념상의 결함도 많다. CEO가 단기 목표만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때에도, 이사회는 종종 그 CEO에게 (정해진) 보상을 지급해준다.


무엇보다 최악인 사실은 CEO들이 그저 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클리포드에 따르면, 셰니에르 에너지 Cheniere Energy의 CEO는 액화 천연가스 터미널의 자금 조달을 완료한 것만으로도 보너스를 받았다. 터미널의 수익성이 좋으면, 그 CEO는 보유 주식을 통해 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성이 나쁠 땐 왜 그에게 보상을 해야하나? 아이거는 부분적으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선보인 공으로 보너스를 챙겼다. 그는 잘 해냈고, 마땅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하지만 한 번으로 족하다. 세 번은 아니다).

이사회는 CEO들이 회사의 주인처럼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1990년대 스톡옵션이 급속히 퍼져나간 이유다. 하지만 공짜로 조금씩 나눠준 안전한 옵션은 직접 매매한 주식만큼 동기 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매년 공짜로 옵션을 받은 CEO들은 거금을 거머쥘 수 밖에 없다. 조만간 그들의 주식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해 옵션을 헐값에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을 통해 CEO들은 (주가가) 바닥에서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연간 및 장기 인센티브의 조합은 전반적으로 CEO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클리포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업은 장기와 단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끝없는 투쟁’이다. 그리고 임금 머신은 이런 사안들을 조율해야 하는 CEO의 의무를 소홀하게 만든다. 그들은 장단기 성과와 관계 없이 임금을 챙겨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고리를 끊을 것인가? 클리포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은 CEO가 임금과 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을 제외하고 다른 걸 받지 않는 것이다. 가령 은퇴 전까지 제한부 주식을 현금화할 수 없게 하고, CEO 임기 동안 주주들이 평균 이상의 수익을 얻지 못하면 그 중 절반을 취소하는 식이다.

이사회가 이런 변화를 고려하고 총 보상액을 낮추도록 하기 위해, 클리포드는 연 600만 달러 이상의 CEO 보상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연방 부유세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설득이 힘들 것이다. 필자는 덜 거슬리는 대안이어야 기업을 소유한 주주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도드 프랭크 Dodd-Frank 개혁 때 제정된 규칙은 구속력 없는 주주들이 CEO 임금 결정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그 규칙을 변경함으로써, 특정 수준(예컨대 500만 달러) 이상의 일괄 임금에 대해 주주들이 구속력을 갖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어떨까?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더 높은 임금을 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사회들이 주주 표결과 논란을 빚을 구설을 피하기 위해, CEO 보상 최고치를 499만 달러로 설정할 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임금은 이사회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범이 되는 기업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창립자나 장기 근무한 CEO들이 운영하는 많은 기업들-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 버크셔 해서웨이 등-은 자사 CEO에게 동료 그룹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 그 CEO들은 대체로 회사 주주들과 같은 비율로 부유해졌다. 이런 회사들은 CEO들이 장기적인 성공에 대한 열망과 ’성공하면 주식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부터 동기를 부여 받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왜 경영자들은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하고, 또 더 받을 자격을 가지는가?

경영진의 임금 문제는 ‘대기업에선 몇 백만 달러 많고 적고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 때문에 종종 무시되어 왔다. 하지만 왜곡된 인센티브는 확실히 문제다. 지난해 11월에 목도했듯,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이 시스템을 더 이상 믿지도 않는다.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은 ‘CEO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글의 필자 로저 로웬스타인 Roger Lowenstein이 쓴 ‘버블의 기원’은 경영진의 임금체계를 비판하고 있다. 그의 최근 저서로는 ‘미국의 은행’이 있다. 포춘 홈페이지에서 이 칼럼의 더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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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Roger Low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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