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한·미 금리 역전 우려된다

이승언 FG자산운용 투자운용팀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기존 0.75~1.00%에서 1.00~1.25%로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기준금리(1.25%)와 거의 같아지게 됐다. 앞으로 연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을지 여건을 살펴보면 완전한 국면에 와 있지 않은 듯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를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반면 금리 인상의 또 하나의 기준인 미국 실업률은 10년 이래 최저치인 4.4%의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해 혼선을 빚고 있다.

연준은 오는 9월과 12월 중 한 차례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에는 채권과 주택담보부증권 매도로 인한 자산 규모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 만약 한국의 기준금리가 현 상태를 유지하고 미국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올려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자금유출 압력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개연성이 커지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의 금리 인상이 필연적인 숙제인 듯하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 7월의 수출과 소비자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이 결과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내 약 1,400조원의 가계부채는 한국은행의 인상 행보에 숙제로 남아 있다.

과거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적은 총 3번(1999년·2000년·2005년) 있었고 매번 단기간에 한국도 금리 인상을 빠르게 실시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만회하려 했다.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던 시기에 대부분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단기적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한국의 경제적 여건과 시장 상황은 당시와 같지 않고 과거 학습효과로 대응방안들도 알게 됐다. 하지만 완전하게 시장의 공포나 단기 충격 리스크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 역전 현상에 따른 충격이 발생하기 이전인 하반기에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