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전문가 진단] '토르의 망치' 같은 강력한 한방…거래 위축 1년간 계속될 수도

투기과열지구 풀리기 전까지는 대책 영향 이어질 것
수익형상품 풍선효과 차단도 시장에 큰 충격 가능성
다주택자 규제로 전·월세 공급 줄어 서민 피해 우려도



“세제, 금융,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주택청약제도 등이 총망라된 강력한 대책이다.”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2일 내놓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열된 시장을 잠재울 수 있는 강도 높은 처방이라고 평가했다. 즉 정부가 현재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던지면서 정권 기간 내내 부동산정책 실패에 끌려다녔던 참여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당분간 투기적 수요가 걸러지면서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은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은 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정부가 세간의 예상보다 강하게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서 “정부가 투기세력은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예고하면서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강남 4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은 있었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을 서울 전역과 과천·세종으로 확산한 것은 정부가 과열 양상을 빚는 곳은 반드시 규제의 칼날을 꺼낼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들 던졌다는 해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정부가 쓸 수 있는 강한 대책은 다 동원됐다”면서 “지난 한 달 동안 강한 대책을 요구한 여론이 정부를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도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강남권을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하는 것은 토르의 망치와 같다”며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시장의 잘못된 인식을 없애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했다.

한쪽의 수요를 누르면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역시 시장에 더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오피스텔 등 수익형 상품으로 일부분 수요가 쏠릴 수 있지만 관련 제도를 고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면서 “재개발 입주권 전매를 제한하겠다는 것 역시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향후 투기적 수요가 걸러지면서 거래는 중단되고 시세 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팀장은 “강남 재건축 등에는 투기적 수요가 차단되면서 거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로 잔금을 안 치른 매물에 대한 계약 해지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1년까지도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매니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내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은 그 전에 주택을 정리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과열지구가 풀리기 전까지는 이번 대책의 영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대책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 부분이 빠진 것”이라면서 “임대시장의 80~90%를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을 옥죄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 결국 피해는 서민들이 입게 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어 “하반기 입주 물량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가격 하방 압력이 강한 상태에서 지금 섣부르게 대책을 내놓는 게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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