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어려운 中企에 기업銀 구원투수 나선다

연내 500억 규모 사모펀드 조성 M&A 지원

IBK기업은행이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폐업이나 매각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엑시트 사모펀드(Exit PEF)’를 연내 조성한다. 가업을 물려 주고 싶어도 자녀들이 거부해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엑시트 사모펀드가 지분 참여해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인수자를 찾아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적당한 인수자를 찾아주는 역할을 공신력이 큰 기업은행 주도의 엑시트 사모펀드가 주도하다 보니 창업 1세대의 가업 승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500억원 규모의 엑시트 전문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계열사인 IBK캐피탈, IBK투자증권과 펀드 출자 규모 등을 조율하고 있고 외부의 재무적투자자(LP)와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이 엑시트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경영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최근 창립 56주년을 맞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금융’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자 금융은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성장 금융,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 본격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재도약 금융, 중소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는 선순환 금융’을 뜻하는 것으로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상생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시트 펀드는 김 행장이 현장을 직접 돌면서 중소기업 상당수가 자녀가 가업을 승계할 의지가 없거나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승계를 못해 곤란에 처해 있다는 현실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중소기업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1만2,818개 기업 중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기업은 1,538개로 12%를 차지했다. 매출별로 보면 100억원 이상인 기업(469곳)의 9.3%, 20년 이상 기업(1,293곳) 중 7.5%가 후계자가 없어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영향으로 자녀들이 많지 않은데다 이들 자녀들이 경영권을 승계할 생각이 없어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며 “엑시트 펀드는 질서 있는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기업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노하우를 한순간에 사장시키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이 경영승계 목적의 60억엔(600억원) 규모 ‘꿈승계 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엑시트 펀드의 본격적인 조성에 앞서 실험단계로 오너의 자녀가 승계를 거부해 직원들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A사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사전 몸풀기에 돌입했다. 기업은행은 고객 기업만 따져도 2,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업계 전체로는 1조원에 육박해 시장을 선점할 경우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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