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 마지막 질주…불멸의 기록 쓰나

볼트 은퇴경기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5일 개막
6일 오전 5시45분 100m 결선
"모든 준비 끝…우승 자신있다
세계기록 죽을때까지 안 깨지길"
韓 단거리 간판 김국영도 출전
'꿈의 9초대' 새역사 쓸까 관심

우사인 볼트가 은퇴경기를 앞두고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번개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뒤 기사의 헤드라인은 어떻게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까?”

2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 중 나온 이 질문에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는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끝내 지는 법을 모르고 트랙을 떠난 볼트(Usain Bolt retires unbeaten.)”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아무도 막을 수 없었던 볼트(Unbeatable, unstoppable Usain Bolt)”.

역사상 가장 빠른 인간 볼트가 오는 5일 개막하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은퇴경기를 치른다. 100·200m 세계기록 보유자(9초58·19초19)인 ‘번개’ 볼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세 차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만 8개다. 세계선수권 통산 메달은 금 11개, 은메달 2개.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볼트는 “트랙 위에서 느꼈던 짜릿함과 열광하는 관중의 모습이 그리워질 것”이라면서도 “육상계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없기 때문에 은퇴 번복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이런저런 부상이 있었고 나이도 들었다. 떠날 때가 됐다”고 말한 그는 “이제 최대한 삶을 즐길 시간이다. 요즘은 4륜 바이크에 빠져 있다”고 했다. “나중에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다가 ‘우사인 볼트? 정말 최고였지’라고 떠올려준다면 그걸로 만족할 겁니다.”

◇내 생애 9초58 깨지는 일 없기를=볼트는 6일 100m와 13일 400m 계주로 10년 독주를 마감한다. 관심은 단연 6일 오전5시45분 시작되는 100m 결선(준결선은 오전3시5분). 허리 부상 등의 여파로 자신이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세계기록 9초58을 깨기는 어렵겠지만 우승은 문제없다는 평가다. 볼트가 100m와 400m 계주에서 모두 메달을 따면 세계선수권 메달이 15개로 늘어난다. 여자 육상 멀린 오티의 14개를 넘어 최다 메달 기록 보유자로 올라선다.


볼트는 약 2주 전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9초95를 뛰었다.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앙드레 드 그라세(23·캐나다)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볼트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고 준비도 끝났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9초91이 개인 최고 기록인 드 그라세는 지난 6월 9초69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초속 4.8m의 강한 뒷바람 덕이라 비공인 기록으로 처리됐다. 초속 2m 이하여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다.

볼트는 9초58의 세계기록이 “눈감는 날까지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솔직한 바람도 밝혔다. “적어도 내 아이들이 15~20세 될 때까지는 아빠 기록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고 싶거든요.” 한 번도 도핑(금지약물 복용) 스캔들에 연루된 적 없는 ‘청정 스프린터’인 볼트는 “선수들이 도핑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스포츠는 결국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약물의 도움 없이도 최고 스포츠 스타로 자리매김한 데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발언이었다.

◇10초07 김국영도 뛴다=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은 볼트가 경력 중 거의 유일하게 오점을 남긴 대회다.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충격적인 실격을 당한 것. 당시 한국의 김국영(광주시청)도 시련을 겪었다. 개최국 와일드카드로 출전했으나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됐다. 100m보다 400m 계주에 초점을 맞춘 대회이기도 했지만 김국영은 당시를 떠올리며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고 했다.

당시 스무 살이던 김국영은 6년 뒤인 지금도 한국 단거리의 간판이다. 이번이 세 번째 세계선수권 출전.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지난 6월 말 코리아오픈에서 10초07의 한국기록을 찍었기 때문. 사상 첫 세계선수권 예선 통과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반 이후의 스피드를 보완하는 한편 간결하면서도 보폭은 늘리는 주법도 몸에 익혔다. 예선은 5일 오전4시20분에 시작된다.

9초대를 찍은 아시아 스프린터(귀화선수 제외)는 중국의 쑤빙톈(9초99)이 유일한 상황. 김국영과 0.08초 차다. 세계선수권 예선 통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김국영은 1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꿈의 9초대로 새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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