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속사정 잘 아니까…" 최대주주가 지분 늘린 기업 공략을

시장에선 "기업 미래 성과 좋아질 것" 긍정 신호로 해석
한일시멘트·대덕전자 등 최대주주 지분 확대 기업 강세
배당소득세제 감면 올해 일몰…대주주들 지분 더 늘릴듯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린 기업의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확대하면 해당 기업의 미래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다 올해 말 종료되는 배당소득증대세제를 대비해 지분을 늘리는 대주주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확대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공시일 전과 비교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현대시멘트 인수를 완료하며 시멘트 업계 1위로 올라선 한일시멘트(003300)의 허기호 회장은 지난 4월11일 장내 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10.11%로 끌어올렸다고 공시했다. 허 회장의 종전 지분율은 9.47%다. 허 회장은 지난 2년간 국내 시멘트 업계에 한앤컴퍼니(쌍용양회 인수)와 홍콩계 베어링 PEA(한라시멘트 인수) 등 국내외 사모펀드가 진입하며 기존 사업자들에게 위협을 주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지분을 늘리며 토종 시멘트 기업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허 회장의 지분확대 공시 당일 10만2,0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2.5% 상승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대덕전자(008060)도 최대주주인 김영재 사장이 지분을 확대한 후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재 사장은 지난달 11일 장내매수를 통해 대덕전자의 지분을 종전 26.13%에서 27.06%로 0.93%포인트 늘렸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올 상반기 8,000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현재 1만1,000원선까지 회복됐다. 김 사장은 2014년부터 50억원 이상의 개인 자금을 털어 매년 대덕전자 주식을 취득하고 있다. 김 사장의 주식 매입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이밖에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늘린 경방(3.53%), KT(030200)(6.31%), 대교(019680)(0.84%), JW중외제약(001060)(0.95%) 등의 주가도 공시일 대비 상승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개인 형태의 최대주주(코스피와 코스닥)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확대에 쓴 금액은 2012년 2,580억원에서 2013년 352억원, 2014년 475억원, 2015년 6,09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지분 확대에 나서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회사의 경영 상황을 잘 아는 최대주주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의 시장가치와 펀더멘털 간의 격차가 커질 경우 주식 매수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최대주주의 주식 매입을 보통 호재로 인식하는 이유는 현재 주가 수준이 낮더라도 향후 미래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로 배당소득증대세제가 일몰되면서 감면 혜택을 받으려는 대주주들이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도입된 배당소득증대세제는 올해 사업연도까지 배당성향·배당수익률 등 요건에 부합한 고배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에는 내년 종합소득세 신고 시 5%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배당을 늘리면 세제 혜택도 그만큼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게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였지만 2015년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적용받는 배당금 1조3,000억원 중 60% 정도가 금융소득종합과세자에게 돌아갔다”며 “최대 주주 입장에서는 세제감면 혜택의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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