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조한철, “최민식 배우는 자연스러운 사람..자연 싫어하는 이 없어”

“조한철의 시대가 오기보단...조금씩 조금씩 행복한 배우 되고파”

“배우 인생 끝날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좋아졌으면 해요. 너무 한번에 좋아지는 것 말고요. 그렇게 되면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텐데란 생각이 들어요.”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한 역사학자 조한철과의 인터뷰는 흥미진진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전한 조한철은 “자연스럽게 살고, 자연과 같은 배우가 되는 게 꿈”임을 밝혔다.

‘높고’ ‘멀리’가 아닌, 배우 조한철이 내다 본 건 무엇인지 궁금해서 시작한 인터뷰는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나아갔다. 다음에 만날 땐 ‘자연 조선생’이란 닉네임으로 불러도 될 듯 했다.

배우 조한철 /사진=조은정 기자


=연기를 열심히 잘 하는 배우이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가 2012년 드라마 ‘대풍수’를 보고 바로 러브 콜을 보냈다고 들었다.

▶ 잘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제 역할이 ‘대풍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는데, 소속사 배우 3명(지성, 김소연, 이윤지)이 한꺼번에 다 들어와 있으니까 계속 관심있게 보셨겠죠. 그렇게 드라마를 보다가, ‘쟤 누구지?’ 하셨나봐요. ‘너랑 하고 싶다’고 저돌적으로 프로포즈하셨어요. 그렇게 나무엑터스와 인연이 됐어요.

=소속사 없이 활동하다 소속사와 함께 활동하다보니 달라진 점을 체감했나?

▶ 제가 우유부단해서일수도 있는데, 제가 거절을 잘 못해요. 소속사가 없을 땐 그 점이 조금 어려웠어요. 저를 불러주고, 캐릭터를 만나게 해주는 일이 되게 고마운건데, 그걸 거절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스케줄상 거절해야 하는데, 그런 거절 자체가 죄송스러운거죠. 물론 배우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고, 배우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의 것들도 잘 해야 한다고 말해요. ‘거절’ 역시 예술의 다양한 장르 중 어떤 중요한 위치에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잘 못해요. 그 부분을 소속사가 함께 해줄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죠.

=거절하는 게 본인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거절’을 못하는 편인가?

▶ 제가 스트레스에 약해요. 스트레스가 너무 약해 피해 다네요. 뭔가 무리해서 결정하게 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게 너무 스트레스가 돼요. 그래서 순리대로 가는 걸 좋아해요. 뭘 욕심을 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나고 나면 그게 맞는 것 같아서 후회도 안 해요. 순리대로 가는 게 결국 나중에 봤을 때 제 만족감이 높아요. 제가 애를 써서 잘 안 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데, 순리대로 갔는데 안 될 경우엔 괜찮아요. 머리를 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봤어요. 순리대로 가는 것.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 서인국와 티격태격하며 코믹한 케미를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조한철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을까?

▶ 조한철의 시대? 그런 적은 없어요. 배우로서 잘 되면 좋기야 하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사는 것 같아요. 항상 당면과제를 해결하면서 살았지 멀리 내다보면서 살진 않았어요. 배우란 게 멀리 보면 멀리 볼수록 되게 힘든 직업입니다. 사실 뭐랄까. 같이 회사에 입사했는데, 입사 동기가 이사가 돼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동기인데 누가 승진 먼저 하게 되면 되게 스트레스 받는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만 봐도 그렇던걸요. 우리 쪽은 더하죠. 갑자기 스타가 돼서 쳐다볼 수 없는 사람이 돼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직장 생활에 비유하니까 배우의 인기에 대한 이해가 훨씬 빠르다. ‘멀리’가 아닌, 조한철이 내다 본 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남들과 비교 하면서, 멀리 보면 힘들어요. 그러면 진짜 이 일은 못해요. 그렇게 되면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행복한 게 중요하죠. 지금 할 일이 중요한 거죠. 예를 들면 예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할 일이 없어요. 내가 배우인데, 불러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를 고민하다, ‘내가 만들면 되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같이 놀고 있는 대학원 선배랑 동기 몇 명이랑 다 같이 공연을 만들었어요. 각자 돈을 모아서 만들었죠. 와이프(의상 디자이너 강기정)가 마침 의상 작업 일을 하고 있었고, 저희가 만들려는 공연이 의상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동대문에 가면 나머지 원단만 파는 가게가 있어요. 상품 가치가 없는 못 파는 원단을 싸게 팔거든요. 거기서 원단을 사다 의상을 저렴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프린지 페스티벌에 나갔어요. 남이 안 찾아주면 내가 직접 하고, 그러다 또 누가 찾아주면 하면서 20대를 보냈어요. 내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나의 그릇 안에서 계속 하고 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꿈을 크게 갖고 멀리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하는 건 이 쪽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 조한철 /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성기윤(왼쪽부터), 진경, 윤유선, 조한철 /사진=조은정 기자
=조한철이 생각하는 ‘행복한 배우’의 정의는 뭔가


▶ ‘행복’이란 게 상대적인 개념이잖아요. 어제는 고기를 먹었을 수 있었는데 오늘 못 먹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전 제 바람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행복해졌으면 해요. 배우 인생 끝날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좋아졌으면 해요. 너무 한번에 좋아지는 것 말고요. 그렇게 되면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텐데란 생각이요.

지금 나를 찾아주는 사람, 지금 나를 찾아주는 판이 내 판이다고 봐요. 정말 거기서 뭔가를 해내면 다음 판으로 바뀔 수 있고, 또 다음 판으로 바뀔 수 있어요. 그게 행복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금씩 판이 커졌어요. 그 점에서 저 같이 행복한 배우가 없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배우로서 정점을 치고 싶다는 마음은 한번쯤 가져볼만하지 않나

▶ 지금 정점을 치고 있는 그런 분들을 보면 약간의 불안함을 가지고 계세요. 이 쪽 일이란 게 왜 안 그러겠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배우의 개념이 참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도 예술가인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엔터테이너 측면도 있으니까요. 그 교집합이 크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분리가 돼 있기도 하고, 합집합인 것 같기도 해요. 또 어느 경우엔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명확하게 구분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봐요. 구분을 짓다보면 힘든 일이 있을 수 있거든요. 배우라는 게 대중이 찾아줘야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그런데 대중이 안 찾아줄 수 있어요. 그런 배우가 더 많죠. 그렇다고 ‘너네 나 안 찾아줘?’ 라고 말한다면 폭력이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저 사람이 날 안 사랑하면 분노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그건 폭력일 뿐이죠.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 보단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쪽에 무게 중심을 둔다는 의미인가?

▶ 그냥 난 배우로서 내 일에 대한 사랑을 계속 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내 모습을 대중들이 사랑해주면 감사한 거죠. 그게 아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게 배우로서 자세라고 생각해요. 난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배우로서 중심을 그 쪽에 두면, 그런 흔들림이 있을 수 있을 때 잘 지나갈 수 있어요.

특히 일이 없을 때요. 사실 저희는 일이 끊어지면 백수니까요. 어떤 경우에도 집중할 포인트가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있어서 배우로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 조한철의 삶의 신조가 궁금해진다.

▶ 제 카톡에 써놓은 문구가 ‘자연인’입니다. 자연스럽게 살고, 자연과 같은 배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좋은 배우들에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여러 가지 수식어를 다 갔다 붙일 수 있는데, 왜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우리가 다 변질됐기 때문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봐요. 아이들처럼 자연스러운 마음이 회복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갖고 살고 싶기도 해요. ‘자연’이라는 게 다 받아주고 감싸줘요. 어디에 갔다 놔도 어울리죠. 저기 소나무를 봐보세요. 대학로에 있는지도 모른데 자연스럽게 어울리잖아요.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자연 같은 자연스러운 배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아요. 지향점이 되면 좋겠어요.

=좋은 말들을 많이 듣는 인터뷰다. 명상이나 사색을 많이 할 것 같다.

▶ 명상을 자주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등산 하는 건 좋아해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제가 ‘혼자 여행하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 걸 좋아하는지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혼자를 꿈꾸다가 ‘혼자 멀리 여행을 가서 완전히 혼자 지내보고 싶어’ 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올 초에 영화 ‘침묵’ 촬영 때문에 해외에 갔다가 확실히 느꼈어요. 촬영이 끝나고 혼자 시간을 보내려고 거기에 그대로 남았어요. 그 때 확실히 ‘난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구나’였어요. 한국말을 안 하고 24시간을 혼자 지나보니까 ‘우울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난 이런 성향의 사람이 아니구나’란 걸 40이 넘어서 깨닫게 된 거죠. 전 소통을 좋아하고, 관계를 맺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던 거죠.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얻게 된 게 ‘더 이상 그런 걸 꿈꾸지 않는다’는 것이요. 사람이 자기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하하.

배우 조한철
=12월에 개봉하는 영화 ‘침묵’ 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 제가 정말 사랑하는 선배님인 최민식 배우의 수행비서로 나와요. 최민식 선배님을 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역할이죠. 최민식 선배는 정말 배울 게 많고. 정말 좋아요. 한마디로 제가 되고 싶은 ‘자연스러운 사람’ 이죠.

정지우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말을 해서 집중시키는 감독님이 아니라, 자기가 집중해서 ‘아 열심히 해야겠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감독이세요. 배우들이 뭐지? 라고 느끼게 할 정도로요. 그래서 되게 신뢰가 가는 분이세요. 배우가 연기하다가 생각 못했던 것들을 ‘툭툭’ 하나씩 던져 주세요. ‘침묵’ 현장을 보면서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정말 치열하게 작업하시는 분이시고 배우들도 정말 열심히했구요. 현장이 굉장히 밀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편, 조한철이 출연중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 역에 윤유선-진경이, 매주 목요일마다 ‘연옥’에게 토론을 제안한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 역은 성기윤-조한철이 각각 캐스팅됐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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