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이틀 만에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끝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이 정유라씨를 위한 것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 청탁과 뇌물공여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이어갔다. 특검팀 신문은 전날 끝나 이날은 변호인 신문과 재판부 신문까지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승계작업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특검팀은 대통령이 합병 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 현안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대답했다. 당시 면담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승마 지원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받고 정유라 지원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모녀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대통령의 질책을 정유라 지원으로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돌아와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는 말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실제 상황보다 과장해서 전달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는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일단 대통령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며 “다른 분들에게 한 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하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독대 이후 승마 지원 상황을 챙겨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실무 레벨에서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 신문이 이어졌다. 재판부가 “박상진(전 승마협회장·삼성전자 사장)에게 승마협회 문제를 신경 쓰지 않게 해달라며 협회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데 제가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 지원을 1년에 천몇백억을 쓰는 걸로 아는데 조금 더 한다고 문제가 될까 싶었다”며 “웬만하면 해주는 게 어떻겠냐, 방법 등은 알아서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지원 상황을 챙겨보지 않은 이유를 거듭 묻자 “저나 회장님께서도 그런 건을 일일이 챙기거나 보고받으려 하질 않는다”며 “(최지성) 실장께서 알아서 챙겨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끝으로 삼성 임원들의 피고인 신문은 마무리됐다. 오후에는 부정 청탁 여부를 두고 특검팀과 변호인단의 의견 진술을 듣는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