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품목허가를 받은 미래컴퍼니의 수술 로봇시스템 ‘레보아이’(Revo-i).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미래컴퍼니(049950)가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내시경 수술 로봇시스템 ‘레보아이(Revo-i)’가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16년간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누려온 내시경 수술로봇 독점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경쟁 체제 도입으로 수술로봇 가격과 수술비 등이 낮아지며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를 품목허가했다고 밝혔다.
‘레보아이’는 의사가 환자의 배에 4~5개의 작은 구멍을 낸 뒤 4개의 로봇 팔에 장착된 수술 도구와 동영상 카메라를 넣어 3차원(3D) 입체영상을 보며 내시경 수술 부위를 파악하고 절개·절단·봉합 등을 할 수 있다. 로봇팔이 달린 오퍼레이션 카트, 의사가 앉아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콘솔, 컴퓨터(비전 카트)로 구성돼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립선암 절제술 임상시험을 했던 나군호 비뇨기과 교수는 “레보아이는 다빈치 Si와 견줄 만하다”며 “다만 대형병원들이 최고 사양, 즉 다빈치 Xi를 원하는 의사들에게 Si급 레보아이를 사서 쓰게 하려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빈치와 소모품 등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로봇수술을 포기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레보아이가 수술로봇 가격과 수술비를 낮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 못지않은 성능을 가진 레보아이의 판매가격·유지관리비·수술도구 등 소모품 부담을 덜어주거나 정수기처럼 수술로봇은 빌려주고 소모품 판매로 매출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고객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독점하며 폭리를 취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3,500대 넘게 팔린 다빈치는 스탠더드(단종)→S(올해 말 단종 예정)→Si→Xi 등 4개의 버전이 있는데 Si는 20억원, Xi는 30억원이 넘는다. 대당 연간 2억원이 넘는 유지관리비, 4개의 로봇팔에 장착된 채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수술 부위를 지지고, 자르고, 봉합하고, 집게 역할 등을 하는 수술 도구들도 열 번까지만 쓸 수 있게 프로그램돼 있어 원성이 높다. 수술 도구 1개당 400만원쯤 하는데 한 수술에 네 가지를 사용하면 160만원, 하루 3명을 수술하면 일 480만원, 월 1억1,500만원(24일 기준) 가량 든다.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수술의 2~3배나 되는 700만~1,300만원(입원비·검사비 등 제외) 정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처가 작고 회복기간이 빨라 이용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6대의 다빈치를 가동 중인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 건수는 2014년 1,729건에서 2015년 1,802건, 지난해 2,265건으로 크게 늘었다. 복강경 수술은 마취의사를 빼더라도 6~7명의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다빈치 수술실은 3~4명이면 돼 병원 측에선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한편 식약처는 레보아이를 ‘신개발 의료기기 허가도우미’ 지원대상으로 선정해 임상시험 설계·수행부터 허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했다. 수술로봇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오는 2021년 9조 6,4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술로봇 수입 실적은 지난해 196억원으로 전년(146억원)보다 34% 증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