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코스피지수 조정이 시작되면서 증권주 주가에 급제동이 걸렸다. 북한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세법개정안과 8·2부동산대책 등 증시에 부정적인 환경이 그동안 지수에 앞서 상승세를 보이던 증권주를 급락세로 돌려놓았다. 환율·북한·정책 등 세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나오며 시장을 하락세로 이끌었고 증권주는 시장 하락의 선두에 선 셈이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전일 대비 8.1%(440원) 급락한 4,990원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KTB투자증권(030210)(-6.6%), NH투자증권(005940)(-5.54%), 유진투자증권(-5.5%), 미래에셋대우(-4.52%) 등 코스피 상장 증권주가 모두 하락했다. 코스피 증권업종지수도 이날 4.84%(107.42포인트)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증권주 급락의 1차 원인은 코스피지수 조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연이어 돌파하면서 증권주는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다 2·4분기 실적도 예상치보다 증가세를 보이며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증권주의 호시절은 상반기로 막을 내렸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면서 조정 장세가 시작되자 증권주가 선행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 전망 악화에 증권주 추가 하락 요인들도 뒤따라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증권시장 거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세법개정안이 증권산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주주에 대한 기준 강화와 양도소득세 강화는 고액자산가의 직접투자 축소로 연결될 수 있으며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상향 역시 거래 감소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을 내버려두느니 전쟁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돼 외국인투자가들의 엑시트를 촉진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원80전 급등한 1,128원 80전에 마감했다. 어차피 차익실현을 할 물량이라면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게 외국인에게는 유리하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은 주가의 발목을 잡기 충분하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업종의 2·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864억원, 5,189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면 하반기 들어 실적은 3·4분기 매출액 1조1,166억원, 영업이익 4,145억원으로 떨어지고 4·4분기에는 더 안 좋은 매출액 1조 725억원, 영업이익 3,453억원이 전망된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증권업종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종지수는 44.4%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8%)을 크게 앞질렀다. 이와 관련해 강승건 연구원은 “시장이 급등한 것에 비해 증권사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은 예상만큼 확장되지 않았다”며 증권업종 주가 상승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 증권사들이 채권 부문에서 거액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년 국채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채권 부문에서 최대 7,615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상위 5개 증권사가 전체 국내 증권사 채무보증의 6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위기 상황 발생 시 특정 증권사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금리파생상품을 활용해 극단적 상황의 손실 위험을 줄이고 채무보증 규모가 큰 증권사는 신규 노출금액을 줄이는 등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