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부동산대책으로 서울 강남의 재건축단지가 큰 혼란에 빠진 3일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집주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3일 대책의 주요 대상이 된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단지들의 분위기는 정부 대책에 대한 충격과 이에 따른 혼란과 불안감 그 자체였다. 다주택자 등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주요 은행의 자산관리 담당 부서, 단지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대책 발표 직후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부 재건축조합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규제가 강화된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기준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들과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정부 대책의 영향을 지켜보기 위한 관망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대단지에서는 내년 4월부터 강화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이날 찾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4단지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들 상당수는 여름휴가를 떠나 문을 닫았지만 일부 문을 연 곳에는 대책 영향, 가격 동향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들이 많은데다 매도자·매수자 모두 거래에 나서지 않으면서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아직 재건축조합 설립 전인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번 대책에도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곳이다. 단지 내 공인 관계자는 “소유자들이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지만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은 결국 매물을 내놓게 돼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수한 재건축 사업성을 믿고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단지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 대표는 “팔 사람들은 정부 대책 발표 전에 상당수가 매물을 정리했고 아직 가격을 낮춰 팔겠다는 연락은 없었다”며 “입지가 좋고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정부 정책에도 결국에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강동구의 대표적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에서는 정부 대책 발표 직후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 대책에 따른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앞두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들이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이곳의 한 공인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2015년 8월5일이라 5일부터 조합원 입주권 거래가 가능하지만 9월 시행령이 개정되면 사업시행인가 후 3년까지 거래가 금지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들이 밀집한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도 일부 소유자들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예상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 최근 거래가 이뤄진 사례들이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23~24일 17억2,000만~17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반포경남아파트 전용 97㎡가 이달 1일 17억원에 거래됐다. 7월 호가가 28억원대였던 인근 신반포3차 전용 150㎡도 이달 2일 26억원에 매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담당자는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많이 와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는 내년 4월까지 가급적 정리하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차라리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내년 4월 전까지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이완기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