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진퇴양난'

세금폭탄에 팔기도 힘들고
대출 막혀 살 사람도 없어 고민
장기 보유하며 관망 가능성

“당장 집을 팔 생각은 없어요. 보유세면 모르겠는데 양도세는 별로 와 닿지도 않고요. 천천히 기다리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다주택자 A씨)

“팔긴 팔아야겠는데 방법이 없어요. 투기지역 안에 있는 집은 이미 중과세 대상이고 또 사겠다는 사람의 돈줄도 막아놓았잖아요. 이상한 정책 같아요.” (다주택자 B씨)


8·2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난 4일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집을 파는 게 맞는지 아니면 장기전에 들어가 때를 기다리는 게 맞는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 대책이 집을 팔기도, 사기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투기지역 안에 있는 집을 팔면 이미 중과세 대상이다. 조합설립 인가가 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단지 아파트 역시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규정 때문에 거래가 되지 않는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내에서 집을 사는 것도 어렵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로 줄었고 주택담보대출도 세대당 1건으로 축소됐다.

이렇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집을 팔지, 보유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많이 가입한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집을 팔지 않겠다는 다주택자와 집을 팔겠다는 다주택자의 의견이 반반 정도의 비율로 나뉜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도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은 돈이 급한 사람들도 아니어서 집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권의 수명보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대책에 즉각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투자자들이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로 대거 몰리면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오피스텔 현장청약을 실시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청약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청약계획서에는 현장 접수를 도와주는 인력, 현장 접수 시간, 주변 교통 및 소음 문제 대응 방안, 청약증거금 반환 시기 등이 포함된다. 청약계획서가 미흡한 경우에는 분양 승인이 거절되며, 청약증거금 반환을 제 때 하지 않을 시에는 처벌을 할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연말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기·이완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