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대학생 김모씨는 저녁식사 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예전에도 한두 차례 이런 경험이 있었지만 평소에는 사과·복숭아를 먹으면 종종 입안에 간질간질한 증상이 있는 정도였다. 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다른 식구들은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급성 증상을 조절한 며칠 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외래진료를 받았다. 피부에 음식물 추출물 시약을 올려 반응을 확인(피부반응 검사)한 결과 게·새우에 대한 음식물 알레르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꽃게탕이 문제였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동반된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진단도 받아 현재 약물치료 중이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물을 먹은 뒤 체내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으로 발생한다. 증상은 가벼운 피부발진부터 입술·입안의 부종, 복통, 호흡곤란, 혈압감소에 따른 어지럼증, 의식저하 등까지 다양하다. 증상 유발 음식물을 알아내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
소아와 성인에서 음식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큰 차이가 있다. 소아는 주로 우유·달걀·땅콩·콩류에, 성인은 번데기·게·새우·밀가루·땅콩·붉은고기류(소·돼지고기)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과·복숭아·자두 등 과일류를 먹은 뒤 입 주변과 입안이 간지럽거나 부종이 동반된다면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음식물 성분에 대한 직접적 증상이지만 구강 알레르기는 자작나무·오리나무·참나무·삼나무 등의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 같은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음식물 알레르기 진단은 음식물 섭취와 증상 발현 사이의 시간적 전후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피부반응 검사를 하거나 혈액을 채취해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 특이 IgE항체 검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증상 유발 음식물이 확인되면 피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이전에 심하게 증상이 온 경험이 있다면 알레르기 질환 전문의와 상담해 응급상황에 대비한 ‘근육용 에피네프린 주사’의 상시 휴대도 고려할 만하다. 평상시 음식물 섭취 후 두드러기·발진 등 이상 증상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의 알레르기 질환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문제가 되는 음식물을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