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84층 초고층아파트 화재 사상자 '0'…이유는

마감재 교체·차단벽·신속 대피 등으로 인명피해 없어
6월 80여명 사상자 낸 英 그렌펠타워 참사와 '극과 극'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84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토치 타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 연기와 불길이 번지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84층 초고층 아파트 ‘토치타워’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80여명의 사망자를 낸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참사’와 대비되고 있다.

두바이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께 아파트 고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한쪽 면을 타고 아래위로 번져 2시간 반 만에 진화됐다. 두바이 당국 관계자는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했고 지금까지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두바이 당국은 불길 확산의 원인으로 건물 외벽에 장착된 가연성 외장재를 지목하고 있다. 영국의 한 매체도 두바이의 토치타워가 그렌펠타워와 유사한 외장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가연성 외장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두 고층 빌딩의 불길이 번지는 방향은 확연히 달랐다. 토치타워의 불길은 한쪽 벽면의 위아래로만 번졌고, 그렌펠타워는 옆으로까지 불길이 확산하는 모습이었다. UAE와 해외 매체들은 두 화재를 비교 분석하면서 외벽 마감재와 방화벽의 존재 여부, 정부의 안전규정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치타워는 2015년 2월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 외벽 마감재를 전면 개선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여름부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UAE는 2013년부터 15m 이상의 모든 빌딩을 대상으로 내화성의 외벽 마감재를 쓰도록 안전규정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의 최신식 빌딩들이 강철 또는 콘크리트를 사용해 방화벽 구조로 지어진 점도 특징이다. 이는 불길이 각 층과 가구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화재 차단막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UAE의 초고층 건물들은 화재 발생 시 불·연기 확산을 차단하는 화재 구획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영국의 그렌펠타워는 그렇지 못했다.

거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주요 요인이다. 그렌펠타워의 경우 불길뿐 아니라 검은 연기가 건물 전체를 순식간에 휩싸며 인명피해가 컸다. 하지만 토치타워 주민들은 불길이 닿지 않은 한쪽의 비상계단을 이용해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

한편, 높이가 337m에 달하는 토치타워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주거건물로 2011년 완공했다. 일부 언론들은 토치 타워가 86층 혹은 79층이라고 보도했지만, 토치타워 홈페이지에는 건물이 84층이라고 명시돼 있다.

/조교환기자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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