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배우들과 두루두루 친해진 오연서였지만, 상대배우 주원이 동갑내기인 만큼 연기호흡을 맞추는 것이 특히 더 좋았다고 고백했다. 선배이든 후배이든 나이차이가 나면 힘들 수 있는데, 연기적인 부분에서나 호칭해서나 자유로운 만큼 더 친근하고 편하게 연기를 맞춰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원이 착했기에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사진=이매진아시아
“주원은 착한 친구에요. 애교도 많고요.(웃음) 오히려 제가 더 무뚝뚝하고 애교가 없어서 더 남자 같을 때도 있어요. 자꾸 남녀가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하하. 주원이가 흥이 많아서 촬영 현장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밝아졌죠.(웃음)”오연서는 주원과 촬영했을 때 기억에 남는 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첫 촬영’을 꼽았다.
“주원이와 첫 촬영신이 얼굴에 트림하는 신이었거든요. 정말 안 친했던 시기였어요. 아무리 친해도 부담스러운 신인데…같은 부담스러운 신으로 꼽히는 키스신이라도, 차라리 아름답기라도 하지. 너무 처음 사이에서 인사만 하고 바로 트림을 해야 해서 민망하다고 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이후에 방송을 보는데, 상황 자체도 더러운데 조금 덜 할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웃음)”
‘엽기적인 그녀’ 이후 행보는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이다. 소문난 웹툰 마니아로 꼽히는 오연서는 원작 웹툰의 팬이기도 했다. 얼마 전 ‘치인트’ 촬영을 모두 마쳤다고 밝힌 오연서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영화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드라마 보다는 웹툰과 조금 더 비슷한 거 같아요. 드라마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좀 더 담백한 것 같기도 해요. 재밌게 대본을 읽었고, 촬영도 즐거웠어요.”
오연서는 자신이 연기한 홍설에 대해 ‘엽기적인 그녀’의 혜명공주와는 정 반대선상에 있는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연기적인 도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어떤 캐릭터들 보다 내면연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홍설은 내면연기가 필요로 하는 캐릭터였어요. 내레이션도 많았고요. 홍설은 제게 있어서 처음 연기해보는 인물이었어요. 전에 했던 것은 감정변화가 많고 폭이 큰 인물이었던 반면, 홍설은 감정표현의 폭이 적고, 그만큼 더욱 섬세해야 표현을 해야 했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니 재미있기도 했고, 이를 통해 또 많은 부분들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웃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오연서에게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오연서는 “일단은 작품이 재미있어야 한다”를 제일 먼저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조금 주체적이었으면 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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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고 정 많은 캐릭터가 좋아요. 아마 제가 그러지 못하기에, 그렇게 되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그래도 늘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새초롬해 외모와 더불어 오연서의 대표작 중 하나인 KBS2 드라마 ‘덩굴째 굴러온 당신’ 속 말숙이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오연서에게는 새침해 보이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저를 둘러싼 선입견과 늘 싸워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를 둘러싼 선입견을 넘어서고 싶기는 하지만, 단순히 이를 깨기보다는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어요’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오연서에게 하고 싶은 역할이 많겠지만, 그중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자신과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차가운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액션도 해보고 싶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기존의 오연서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캐릭터성이 강한 배역이 아닌 이상은 모든 연기는 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도전해보고 싶은 건 있어요. 늘 이야기했던 것이지만 팜프파탈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뭔가 도전하고 싶기도 해요. 안 해봤던 것도 해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역할도 너무 많아요.”
연기하고 싶은 또 다른 역할로 ‘일대기’를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일대기를 다룬 작품들을 재미있게 봐서, 영화 ‘덕혜옹주’나 ‘라비앙 로즈’와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경성시대를 좋아하거든요. 무드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양장과 한복과 그런 문화가 뒤섞인 것도 좋고…경성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요. 독립운동을 하셨던 선조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늘 있었고,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내용들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사진=이매진아시아
많은 일이 끝난 요즘 오연서는 오랜만에 ‘휴식’을 꿈꿨다. 너무 쉼 없이 달린 까닭에 잠깐의 쉼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쉬는 동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건강의 필요성을 느낀 것도 있었다. “일단은 아무생각 없이 지내고 있어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저에 대해 소홀했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건강검진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조금 가질 예정이에요. 지금은 아무생각 없이 놀고 싶어요. 휴식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조만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웃음)”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오연서는 ‘20대의 오연서’와 달라진 점에 대해 “전에 없던 여유가 생겼다”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30대가 됐다고 무엇인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전보다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진 것 같고, 저만의 세계가 성립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사실 잘 모르겠기는 하지만 (웃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하.”
마지막으로 떠나는 길, 오연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나온 대답은 ‘엽기적인 그녀’로 함께 동고동락을 했던 스태프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였다.
“배우들도 무척이나 고생하지만, 그보다 스태프들이 더 많이 애쓰셨거든요. 사실 ‘엽기적인 그녀’가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감사인사를 제대로 못 드려서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현재 뿔뿔이 흩어져 또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위에 고생하실 것 같은데, 그동안 같이 일해서 행복했었고, 즐거웠으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하.”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