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8·2 대책 부작용] ①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규제전 계약자 날벼락..."분양받지 말걸"

② LTV·DTI 강화-실수요자 요건 높아 맞벌이 등 대출 쉽잖아
③ 대출건수 제한-대출있는 낡은집서 새집 옮길 때 돈 못빌려
④ 구단위로 규제-동별 가격차 있는데 일괄 적용...형평성 논란

8·2부동산대책의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한 경기 지역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가운데 6일 두산중공업이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 분양하는 ‘두산알프하임’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양도세 비과세에 거주요건이 처음부터 있었으면 아예 분양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분양 당시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이렇게 뒤집으면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종로구 창신동 P씨)

정부가 8·2대책의 상당수를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구 단위로 지정하면서 동별 가격 상승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규제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P씨의 경우 2년 전 분양받아 다음달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청약조정지역에 위치해 8·2부동산대책으로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변경됐다. 분양 당시에는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했다. P씨는 잔금을 치를 형편이 안 돼 전세를 놓았다가 2년 후 매도할 계획이었지만 거주요건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P씨와 비슷한 처지의 기존 계약자들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2년 거주요건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에도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지방 아파트에 대해 2년 거주요건을 추가하면서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예외적으로 취득 시점을 ‘계약 체결일’로 인정해준 바 있다.

8·2대책으로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축소되면서 실수요자들도 대출이 어려워져 내 집 마련이 요원해졌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정부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경우 LTV·DTI를 10%포인트 완화,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서민·실수요자의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 최초 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6억267만원(4월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에 이르고 있어 완화된 LTV·DTI를 적용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서울 전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직장생활 10년 차 이상인 40대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일시적으로 2주택이 돼야 하는데 대출을 받지 못해 갈아타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에서는 대출이 1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돼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은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낡은 아파트를 대출받아 구입한 경우 신규 분양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주택자는 LTV·DTI가 30%로 줄어들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하려면 집값의 70%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의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서울 동·북부권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6%(4월 말 대비) 오르는 동안 성북구 0.9%, 은평구 1.2%, 강북구는 1.5% 오르는 등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10.1%, 8.5% 상승했다.

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를 구 단위로 지정하면서 같은 구 안에서도 동별로 온도 차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마포구의 경우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대흥동(7.8%), 아현동(7.2%) 등이 크게 올랐지만 서교동(0.2%), 상암동(0.8%) 등은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다. 성북구 주민 박모(39)씨는 “이 동네는 별로 오른 것도 없는데 똑같이 규제를 받는다니 억울한 기분”이라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곳과 아닌 곳을 가려서 규제를 보다 정교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덜했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비켜간 수도권 일부 지역이 ‘풍선효과’로 반사이익을 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대책 발표 이후 일선 중개업소로 매수문의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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