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거물이 한국의 공무원시험 열풍을 꼬집은 것은 우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자 뼈아픈 지적이다. 취업준비생 열 명 중 네 명이 공시족인 것도 모자라 10대 청소년들마저 앞다퉈 공시대열에 뛰어드는 판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공시 열기가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면서 이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이 연간 17조원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런데도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을 대거 늘리면서 오히려 공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들이 다니던 직장을 나와 공시생으로 돌아서면서 노량진 고시학원만 북적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무턱대고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이 고용시장 전반에 몰고 올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이 도전하기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에 매달리는 나라는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공시족 양산이 국가 차원에서 인적 자원의 낭비이자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세계 각국이 창업의욕을 북돋우고 기업생태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민간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우리는 손쉬운 공무원 확대에 매달리면서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일자리 숫자만 늘리기에 앞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 가치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