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기획: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②] 부익부 빈익빈, 방송사만 배불리는 중?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의 두 시즌의 성공에 힘입어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무섭게 KBS는 10월 방송을 목표로 아이돌 재기 프로그램 ‘더 유닛’의 준비를 시작했다. MBC 역시 이와 유사한 포맷의 방송을 선보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새어나고 있는 상황.

설사 유사한 포맷이라 하더라도 각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냐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해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자리해야 할 방송사들이 아이돌 제작과 관련한 주체로 떠오르며 가요계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데 있다.

/사진=KBS
이미 충분한 권력을 가진 방송사들이 가수 제작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기존 중소기획사들의 설 자리까지 뺏을 거라는 우려다. 현재 아이돌 프로그램 열풍의 중심에 서있는 CJ E&M의 경우를 보아도 이러한 상황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로듀스 101’을 제작한 Mnet은 CJ E&M 산하 방송 채널 중 하나다. CJ E&M은 Mnet을 포함해 다수의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공연, 음원 유통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 방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CJ E&M의 기획 하에 탄생하는 아이돌 그룹은 음원 발매부터 방송 출연까지 타 신인 가수들보다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미 출발선부터가 다른 셈이다.

가령 ‘프듀 시즌2’를 예를 들어보자. ‘프듀’는 자사 계열사 제품을 방송 중 PPL로 노출하며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식의 반사 이익을 얻었다. 또 프로그램 경연곡 가운데서 1위를 차지한 ‘열어줘’ 팀의 ‘엠카운트다운’이나 워너원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워너원 고’를 통해 이슈의 독점까지 꿰찰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식을 줄 모르는 ‘프듀’의 인기는 일부 가요 제작자에게는 허탈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대부분 한 기획사가 수 년 간의 트레이닝과 자본을 들여 아이돌 그룹을 론칭 해도, 그들을 스타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고작 3~4달 방송으로 인해 모든 팬덤과 가요계의 흐름의 주도권이 바뀌는 현 상황은 조금은 씁쓸한 여운을 남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 소속사에서의 활동도 가능했던 시즌 1과는 달리 시즌 2는 워너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타 그룹 활동은 철저하게 봉쇄시켰다. 활동 기간 역시 시즌 1에 비해 더 길어졌다. 그만큼 집중도를 높여 화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당장은 소속 연습생이 아이돌의 생명력과 직관되는 팬덤을 끌어모으는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방송사의 권력 집중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권력의 집중은 그대로 중소기획사들이 더욱 자생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중소기획사의 좋은 선례로 남은 여자친구나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가수를 기획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그렇다 해도, 각 기획사들은 큰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가수들에게는 음악방송만한 파급력을 가진 홍보 창구가 없는 만큼, 음악 방송 출연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KBS 역시 음원 유통 등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하지만, 방송 출연이라는 권력 하나만으로도 가요 기획사들에게는 부담 아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의 권력 집중에 따른 문제점이 대두되자 결국 가요 기획사들은 집단 행동으로 방송사에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지난 1일 (사)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와 방송사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매연은 프로그램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팀에 대해 방송이 끝난 후 매니지먼트 권한까지 독점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문제라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사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획사들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골목 상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려고 해도, 혹시라도 이를 거절했을 때 음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싶어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어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방송사들은 ‘공생’이라는 단어를 빌려 가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쯤 되니 과연 방송사들이 말하는 공생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자꾸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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