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파리=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부인에게 ‘영부인(First Lady)’의 공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민 20만명이 반대 청원에 서명하며 반발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신의 배우자는 역할이 명확히 규정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영부인 지위의 공식화를 추진해왔다. 프랑스에는 미국처럼 대통령 배우자에게 부여하는 영부인 지위가 없다. 영부인 지위가 인정될 경우 그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 여사에게는 사무실과 직원·경호원 등이 배정되고 이를 위한 예산도 책정된다.
이에 대해 반대 청원을 주도하는 작가 티에리 폴 발레트는 “대통령 배우자에게 공식 지위를 부여해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현재처럼 2~3명의 수행비서와 2명의 경호원 등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배우자 위한 예우 규정 없고
‘가족고용금지’ 마크롱 행보와 모순
일방통행 국정운영에 지지율 급락세
프랑스 국민들이 대통령 부인에 대한 공식 지위 부여에 반발하는 것은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의 대다수 주요국들이 대통령 배우자를 위한 헌법이나 의전 수칙 등 별도의 예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1978년 관련법에서 영부인의 역할을 규정하고 12명의 공식 수행원과 개별 집무실, 별도의 예산 등을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개혁 이미지로 대권을 잡은 마크롱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각료 가족의 공직 고용을 막는 ‘윤리법’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부인에게 공식 권한을 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65% 이상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해당 공약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에 대한 거센 반발로 가뜩이나 민심을 잃은 그의 지지기반이 더욱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헌법 차원에서 규정돼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를 전하며 각종 구설수로 대통령 지지율이 더욱 추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